3. 내 드라마의 장르는..?

드라마를 쓰기로 했다

by heavenlyPD

내 드라마의 장르는 수사물이다.

주제는, ‘성범죄 전담반 형사들의 이야기.


하필이면, 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걸까?


그 이유는,

몇 년 전부터 즐겨 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

Law & Order: Special Victims Unit(SVU)의 영향이 크다.


처음엔 단순히 이 드라마의 팬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국에도 이런 드라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가 한 번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무모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

하지만 그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고,

결국, 직접 써보겠다는 ‘미친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다.


SVU는 기존 수사물과는 확실히 달랐다.


성범죄라는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부터 특별했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결말을 통해 시청자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이었다.


보통 수사물은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시원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SVU는 그렇지 않았다.

증거 부족으로 가해자가 풀려나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며,

심지어는 피해자가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쓴맛이 강했고,

때로는 깊은 먹먹함을 남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꺼진 뒤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 남았다.


바로 그 질문들이

이 드라마를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때로는 movement로 이어지게 하는

의미 있는 드라마 만들어 줬다.


이렇게 좋은 소재인데,

왜 한국에는 이런 드라마가 없을까?


물론, 성범죄를 다룬 드라마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SVU처럼 '성범죄'만 집중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아직 한국에서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뭘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성범죄를 정면으로 마주하길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성범죄를 이야기하면

'불쾌하다', '자극적이다', '너무 무겁다'…

이런 반응들이 먼저 돌아온다.


피해자의 고통을 정면으로 조명하고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이야기를

여전히 ‘공감’보다는 ‘회피’의 영역으로 밀어낸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벽도 있다.

광고주, 시청률, 심의 기준 등


민감한 소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는 건,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장벽을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다루려면,

그만큼의 용기와 의지,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분명한 신념이 필요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자극적인 성범죄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솔직히,

끝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은,

‘완성’만을 목표로 하는 여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삶을 따라가는 과정을

함께 기록하는 여정이라 믿는다.


이제 다음 단계는, 로그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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