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잡자재만 할 때도 청구 물품이 늦는다고 현장의 불만이 적지 않았는데, 양쪽 일을 하려니 무길은 가랑이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한쪽에서는 공구가 없이 어떻게 일을 하느냐 성화고, 다른 쪽에서는 모래가 없으니 관을 어떻게 앉히느냐 아우성이었다. 골재 업자는 그들대로 공급이 달려 어쩔 수 없다며 걸핏하면 인샬라를 앞세웠다.
연일 이어지는 과로로 무길은 갈수록 피로가 누적됐다. 자고 나도 몸이 천근만근이라, 아침 식사보다는 늦잠을 택하는 날이 많았다.
그런 상태가 한 달 남짓 된 어느 날. 그가 용변 후 변기를 내려다보고는 기겁을 했다. 대변이 ‘뿌지직 쏴’하고 쏟아지기에 설사인가 했는데, 변기 물이 뻘겋게 물들어 있는 게 아닌가! 혈변이었다.
그러다가 말겠거니 했지만, 혈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됐다.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그의 몸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기력이 달려 업무 수행이 어려웠지만, 일이 밀리는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과중한 업무··· 과로··· 수면 부족과 결식··· 체력저하··· 누적된 업무··· '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끝내는 체력이 한계점에 달했다. 현기증이 일고 머리가 텅 빈 거 같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고역이라 출근을 할 수 없었다.
여 과장의 배려로 쉴 때는 좀 나은가 싶어도, 일을 시작하면 증세가 더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 그는 담맘 현장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