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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가지 않은 길 Nov 05. 2024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편지

연재소설


  신문에서 주가 200원을 확인한 날. 무길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서니 아내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 중동 현장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가 보죠? 증시에서 건설주가 도무지 맥을 못 추네요. 주가를 보면 당신이 얼마나 속상해할까 마음이 아파요. 언제나 시세판을 보며 환하게 웃게 될는지······.     

  내가 너무 조급하게 구는 거겠죠?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는 당신의 말대로, 경험이 전무 한 사막 공사이니 시행착오가 불가피한데 말이죠. 

  그 경험을 담금질하면 훌륭한 노하우가 될 것이고, 사막 공사 노하우는 신규 공사에서 몇 배 몇십 배의 보상을 받을 거라 믿어요. 

    

  매스컴은 연일 산유국의 야심 찬 개발 계획을 보도하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들이 모두 한국 업체의 먹잇감인데, 코앞의 어려움이 무슨 대수인가요.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금언을 되새겨봅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부동산 열기가 대단해요. 옆집 영식이 엄마는 수도 이전 소문을 듣고 대전에 땅을 샀는데, 6개월 사이에 배가 올랐다고 신바람이 났어요. 속도 모르고 사우디에서 오는 돈으로 나도 부동산 투자를 하라더군요. 


  솔직히 지금은 속상하지만,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투자했으니 그깟 2배 정도는 별거 아니지요. 영식 엄마가 우리의 비밀 창고를 알기나 할는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의 경우 잘못되는 일이 있더라도 후회는 않기로 해요.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 거니까.      

     



  아내의 편지는 아내가 쓴 게 아니었다. 무길이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바를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만, 확인을 통해 조금이라도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할 필요는 있을 터였다. 

    

  무길은 그날 밤 바로 답장을 썼다.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즐거운 비명인데, 우리 주식은 거꾸로 바닥을 기고 있으니······ 얼마나 속상하겠소. 면목이 없구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요. 사업이란 마라톤처럼 장기전에서 결과가 나오니 말이오. 당장은 힘들더라도 마음 느긋하게 먹읍시다. 당신 말대로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기르고 있다는 내 소신은 변함이 없어요.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오.

  깊은 땅속에 무진장한 황금이 매장돼 있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너도나도 덤벼들었지만, 모두 투덜대고 돌아갔다. 노다지는 있지만 캘 수가 없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마지막 한 광부만이 끝까지 남아 황금을 캐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캐낸 금보다 채굴 비용이 더 들어 오히려 큰 손해를 봤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비웃었지만,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나밖에는 아무도 할 수 없으니 땅속 황금은 모두 내 것이라고.      


  중동에 끝까지 남아 채굴을 계속하는 광부는 한국 업체밖에 없어요. 당장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나는 당신이 마지막 남은 광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기에 하늘에 감사한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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