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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06. 2022

싱글파파가 아들 셋 키우다 보니 짠할 때가 있다.

2018년 7월 어느 날의 싱글파파 육아일기

호찌민에서 아들 셋과의 동거가 3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아이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다투기도 많이 하고, 가끔씩 소리도 지르고, 웃기도 많이 하고... 그래도 나름 잘 커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 첫째는 그렇다 쳐도 둘째는 6학년이 되면서 부쩍 멀어진 느낌이다.


얼마 전 누군가의 육아 에세이를 본 적이 있다.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많아질 때가 올 거니까 그때까지 더 아끼고 더 잘 대해줘야겠다고...


둘째가 지금 그 시기인 듯해서 조금은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렇다.

슬립오버(sleep over)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한 친구네 집 외박을 밥 먹듯이 하고...

허락을 안 해주면, "안녕하세요? 저 둘째 친구 ○○○인데요. 저희 엄마가 친구 안 본 지 오래되었다고 자고 가라고 하는데, 자고 가면 안 될까요?"라고 친구까지 동원해서 전화를 시켜서 자고 오곤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계획에 없던 막내를 낳게 된 계기가 둘째가 어릴 때 그렇게 귀여움을 떨어서 아~ 이런 아이가 하나 더 있어도 좋겠다 하는 생각을 아내와 묵시적으로 하고 있다가 막내를 낳게 되었는데, 이제는 천진난만한 아이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듯하다.



그 와중에 이제는 막내가 남아 있다!


언젠가는 막내도 그럴 날이 오겠지만, 그전에 좀 더 잘 대해 주고, 더 아껴주고 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다가도... 말 안 들으면 가차 없이 큰소리가 나오곤 해서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당시 지인들은 한창 엄마 손 많이 갈 초등 1, 2학년 때 엄마도 없이 학교생활을 척척 잘 해내는 막내가 참 기특하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자식 때문에 마음이 짠~ 하다는 느낌을 막내 통해서 많이 느낀다.


일이나 회식 등으로 밤늦게 들어올 때면, 영어와 베트남어만 되는 2G 폰으로 "Dad. What time will you come?"이라고 줄곧 문자를 보내 언제 들어오냐고 묻고...


아빠 늦는다고 숙제해 놓고 먼저 자라고 하면, 침실로 안 가고 거실 소파에서 아빠를 기다리다가 저렇게 침대를 만들어 놓고는 자곤 한다.

거실 소파에서 잠든 막내... 짠~ 해서 찍어봤다.


학교 수업 끝나고 나서도 내가 학교에서 회의가 있거나, 둘째 형아 하교 시간 맞춰서 같이 집에 가게 도서관에서 좀 기다리라고 하면, 저렇게 아무도 없는 도서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사람이 와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책을 보곤 한다.

쭈그리고 앉아 독서 삼매경인 막내가 기특해서 몰래 찍어봤다.


사실 막내가 가끔 도서관에서 책 보다 늦게 온다고 하면 난 기특하게 생각했었는데, 도서관에서 염탐했던(?) 둘째 말에 따르면 책은 안 보고 검색 전용 컴퓨터로 게임하는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집에서 컴퓨터를 함부로 못하게 통제하니 처음 몇 번은 그래 봤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불시에 몰래 도서관 가서 봤을 땐 막내는 항상 책을 보고 있었다


실외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한창 우기 시즌이라 비가 오면 물 만난 고기처럼 마냥 비 맞고 뛰어다니기 좋아하고... 


아빠랑 형아들 축구 경기 볼 동안, 자기는 축구는 안 보고 만들기 한다고 졸라서 사준 클레이를 열심히 혼자 만드는 거 보면 막내는 아직까지는 아이인가 보다.


아빠와 멀어지기 전에 조금 더 잘해줘야지 마음먹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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