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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24. 2022

그래, 넌 내 마음속의 1등이야!

2017년 9월 어느 날의 싱글파파 육아일기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에서는 영어 말하기 대회, 베트남어 말하기 대회와 같은 외국어 말하기 콘테스트가 있다. 아이들이 이런 대회에 거리낌 없이 나가 주고, 게다가 상까지 받아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이들 각자 성향도 있고, 외국어를 외국인과 만나서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이 목표이지, 남들 앞에 나서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 목표는 아니지 않겠는가?


얼마 전 둘째 형이 베트남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상 받은 영향인지 초등 1학년 막내는 여름방학 전부터 2학기에 있을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아빠로서는 막내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여 좋았지만, 4명 이상이 팀을 맞춰야 하는 지라 친구들 섭외를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혹시 친구들이 구해지지 않아 실망하지는 않을까, 나가서 상을 못 받아도 되는데 상 못 받았다고 기가 죽지는 않을까 생각도 있었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모두가 다 기우였다.

막내와 그 친구들은 부모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자라 있었다.



대회 등록 마감 하루 전, 막내멤버를 자기 짝 밖에 못 구했다고 했다.

다른 친구한테 이야기해 보고 멤버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기 반에 없으면 옆 반에 영어 같은 반 친구에게 이야기해 볼 거라고 하고는 등교를 했었다.


퇴근해서 물어보니 떠억 다른 반 친구 2명에 같은 반 여자애 1명 더... 도합 5명으로 팀을 맞춰 왔다.

주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아이들 다 태권도를 잘하니까 태권도 설명 좀 하고, 시범 보여주면 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대본도 있어야 하고, 아이들 시범도 맞춰봐야 하는데...

부득이 친구 부모님들을 카톡으로 연결해 방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눠 보았더니 다 말씀들이 잘 통하시는 부모님들이었다.


정보에 빠른 한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팀은 방학 전부터 모여서 연습하고, 심지어는 따로 영어 과외 선생님을 모셔서 맞춰 보고 있다고 한다.


쩝, 이곳에서 만큼이라도 엄마들 치맛바람(?) 없는 아이들의 자율성이 보장되었으면 했지만... 다 나름대로 교육관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대회 전 모두  번 모여서 연습을 했다.

대회 전날까지 아이들 모두 긴장하지 않고 들떠서 펄쩍펄쩍 뛰면서 웃으며 하길래 부모님들 모두 그게 자연스럽고 좋다며 격려를 했다.


드디어 대회 당일.

그래도 명색이 대회인데 너무 격의 없이 하면 안 될 것 같아 무대 위에서는 진지하게 하라고 여러 번 타일렀다.

뚜벅뚜벅 아이들이 무대를 걸어와 자리에 섰다.

막상 심사위원들과 수많은 관객 앞에서 긴장해서 인지 다소 경직되고 차분하게 발표를 시작했다.

웃음기 없이 진지한 아이들 모습을 보자니 그냥 자연스럽게 하라고 놔둘 걸 그랬나...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3분 여 발표시간.

규정시간보다 조금 빨랐지만, 준비한 대로 발표를 잘 마쳤다.

다른 팀들의 화려한 ppt에, 공주 복장에, 요정 복장에 혹시나 아이들이 기죽지는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런 내색 없이 당당하게 해낸 모습에 우리 팀 부모님들 모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대견해했다.


무대를 내려와서는 아이들 모두 실수 없이 잘해서 인지 스스로 뿌듯해했고, 서로 잘했다고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뭉클했다.


다음 날 결과 발표.

동상!


동상 소식을 듣고 한 어머님에서는 "아이들 동상이라네요... 하지만 내 마음속의 1등이네요!!" 하셨다.


그렇다.

이제 여덟 살에 불과하지만 스스로 나가기로 결정하고, 발표 콘셉트를 정하고, 디테일한 동작도 스스로 정하는 대견한 아이들.


내 마음속의 1등은 너희들... 그리고 막내다!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 KIS English Star Audition (맨 왼쪽이 3호 - 내레이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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