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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30. 2022

가난한(?) 아빠, 부자 아들

2015년 11월 어느 날의 싱글파파 육아일기

천 영사는 일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야.
좋은 말은 아닌데, 총영사관 다른 영사님들로부터 몇 번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임하자마자 연거푸 4건의 변사, 적색수배자 강제송환, 떤선녓 공항 집단 시위 사건이 벌어졌다. 오늘은 한국국제학교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참석도 해야 한다.

아내 없이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매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하루가 지나간다.


그래도 재미있다.

다시는 못해 볼 줄 알았던 실무적인 일들을 직접 처리하니 말이다. 마치 다시 신참 형사가 된 것처럼.

일이 몰릴 때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국 경찰로 돌아갈 때 감 떨어지지 말라고 사건이 발생해 주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 와중에 아들 녀석들이 단비 같이 흐뭇한 웃음을 주는 일들이 있으니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한다.



어느 날 하교한 초등 3학년 둘째 왈,


- 아빠, 선생님께서 뭐든 열심히 꾸준히 하는 사람이 부자가 된대~

- 그렇지, 그렇지. 선생님이 그러셔?

- 어~ 그런데, 왜 아빠는 열심히 꾸준히 하는데도 부자가 아니야??


어라, 이 녀석. 아빠가 맨날 돈 없다, 아껴 써라 하다 보니 내가 부자가 아니라고 단정 지어 말한다.


'그래... 아빠 부자 아니다. 그런데 아빠가 꾸준히 열심히는 산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걸 감사해야 하는 건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나서 용돈 이야기가 나왔다.

둘째에게 용돈은 뭔가 일을 해야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군말 없이 신발정리와 세탁, 건조를 자기가 한다고 한다.

'이 또한 평소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 주려고 많이 노력한 결과인가?'


물론 여기엔 세탁과 밥하기와 설거지를 도맡아 하며 용돈을 벌던 6학년 첫째의 권리 이양을 가장한 일손 덜기도 깊숙이 개입해 있다.


신발정리 1,000동, 세탁 및 건조 10,000동에 합의를 봤다.

단위는 크지만, 환산하면 50원, 500원.

코인워시보다 싼 가격!!

둘째가 만든 용돈기입장


그리고는 그걸 받아서 모으겠다고 용돈기입장을 만들어온다.

기특하게도 자를 대고 줄도 긋고, 반듯반듯하게 글씨도 쓰고, 화폐단위 동(đ)도 쓰고.

정산은 아빠 월급날인 매월 25일로 결정.


이로써 밥하기와 설거지는 첫째, 빨래는 둘째 이렇게 투트랙으로 기본 생활이 굴러가게 되었다.


둘째야~ 넌 꾸준히 열심히 해서 꼭! 부자 되어라!

25일 아빠 월급날 정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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