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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n 16. 2022

온 가족이 뛰어내리면, 아빠만 사망하는 웃픈 사건이야기

여중생 가슴을 만지고 도주한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예전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온 가족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이유는?

아빠는 제비족, 엄마는 날라리, 아들은 비행 청소년이었기 때문이라는.


내가 겪은 사건에 따르면 아버지만 돌아가셔야 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8년 여름.

서울 서초구의 한 학원 앞에서 사건 발생 신고가 접수되었다.

학원 입구에서 여중생의 가슴을 주무르고 도주한 강제추행 사건이었다.

피해자가 청소년이고, 재발 가능성 등을 감안한다면 신속히 범인을 검거해야 했다.


사건 접수 즉시, cc-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했다.

통상의 경우라면, 인상착의가 확인되었더라도 바로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범인이 특정되어 버렸다.


우리 관내에서 주기적으로 폭행, 재물손괴 등 각종 사고를 치던 18세 A군이었기 때문에, 화면을 보자마자 팀원들이 동시에 어, 이거 A 아냐? 할 정도였다.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군을 체포해 왔다.

범죄 전력, 강제추행이라는 죄명,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부득이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모님께 현 상황을 설명드릴 겸 면담을 오시라고 했다.


아버지는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왔고, 어머니는 특이하게도(?) 풀메이크업에 올림머리를 하고 왔다.

A군의 그동안의 범죄전력, 금번 강제추행 사건의 범인으로 특정된 계기 등을 설명드리고, 구속영장 신청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이렇듯 진지하게 설명드리는 나와는 달리 미혼인 두 명의 팀원이 키득키득 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었고... 설명을 듣던 어머니께서는 슬그머니 자리를 비우셨다.


부모님 면담이 끝나고 귀가 이후, 두 형사에게 물었다.

아까 왜 웃었냐고.


그랬더니 모 클럽에서 부킹을 했었는데, 아까 그 어머니와 부킹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고 했더니, 그분이 만취가 되어 동석하자마자 오바이트를 하여 자리가 파했었기 때문에 기억한다고 한다.  


아~ 그래서 어머니도 면담 도중 우리 형사들을 곁눈으로 흘겨보다가 나간 거였구나...



음...

아버지는 해운업에 종사하셔서 한 달에 한번 집에 올까 말까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날라리다.

아들인 A군은 도피성 유학을 다녀온 비행 청소년이었다.


셋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면 아버지만 사망하는 스토리가 되는 웃픈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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