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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05. 2022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들에게 나가 죽으라는 말은...

나가 죽으라는 말이... 비극으로...

며칠 전 직장 동료의 부친상이 있어 서울 동대문구의 모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19년 전... 변사자가 안치되었던 곳이라 그 사건이 떠올랐다.



2003년 3월 경찰서 형사 당직근무 중.

관내 한 아파트에서 변사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떨어졌다.

현장으로 형기차를 타고 출동했다.


신고 내용 자체가 타살 의심은 없는 추락사고였기 때문에 많은 긴장을 요하지는 않았다.

변사 현장에 도착해 보니 아파트 1층 화단  연석에 끈적끈적한 다량의 혈액과 뇌 실질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파리 몇 마리가 꼬여 있어서 그곳이 추락 현장임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현장에서 목격자인 중년 여성분을 만나 목격담 들었다.


20대 청년이 쿵하고 추락하자마자 어머니가 달려 내려와서는 만신창이가 된 아들의 깨어진 머리를 부여잡고 울부짖고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도와주려 머리를 감쌀 수 있게 집에서 쓰는 수건을 몇 장 건네줬고, 그 후 도착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고...


10층 변사자의 집으로 올라갔다.

아버지만 집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고, 정신이 반쯤 나간 듯 자세한 말씀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자살이 다른 사람들 몰래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다 있는 자리에서 투신했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일단 그 병원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응급실에서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의료진이 더 이상의 조치를 포기하고 expire(사망선고) 후 막 철수하려는 순간...


어머니는 흰 천으로 덮인 시신을 붙들고 아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바지 아래로는 소변이 배어 나왔다.


그런 변사자의 가족을 지켜보는 것도 참 고통스럽다. 


무슨 사연이 있는 듯했다.

잠시 후... 다소 진정된 어머니 곁으로 갔다.


변사사건 처리를 해야 하는 지라 신분을 밝히고, 사정을 물었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가정 형편도 괜찮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집안.

그러나, 사실 아들 A는 공부도 잘 되지 않고 대학 학과도 적성에 맞지 않아 휴학을 하고 있었고, 며칠 전 부모와 상의 없이 덜컥 입대를 신청했었다.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어머니는 일단 복학시키기 위해 아들 몰래 등록을 해 놓았던 상황이었고...


개학날인 그날 아침.

그 간의 사정을 서로 알게 된 이들은 복학을 하네 마네, 입대를 하네 마네 고성을 지르며 다투기 시작했다.

화를 참지 못한 아들이 먼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그러면 나가 죽어버리면 되잖아? 씨×!!

- 그래, 차라리 나가 죽어라, 이 새×야!!


- 알았어, 씨×!!


A는 부모가 말릴 새도 없이 맨발로 그렇게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 복도식 아파트의 난간 위로 그대로 몸을 던졌다.


홧김에 했던 말들... 그에 이어진 충동적 자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끔찍한 비극을 불러오고 말았고, 아들은 그렇게 부모님의 마음에 평생 짐을 남겨 놓고 떠나버렸다.



통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나가 죽으라는 말은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특히, 부모 자식 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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