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28. 2022

바람 피운다는 남편, 그 후배를 만나 지옥의 문이...

들어 보세요!
어느날 어떤 여성이 가슴에 멍울이 만져져서 혹시 유방암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어 병원에 갔습니다.
웃옷을 걷어 올리고 의사 선생님께 가슴을 보여주는게 수치스러워 가슴이 아닌 그 아래 배 부분을 가리키면서 여기가 아파서요 하면 제대로된 진단이 나오겠습니까?
같은 원리로 사실 그대로를 말씀해 주셔야 절도인지, 강도인지, 사기인지 죄명을 정하고, 수사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문진을 통해 진단하듯이 형사도 같은 방식으로 상담을 통해 죄명 등 적용 법률을 알아내고, 수사방향을 설정한다.

이 때, 숨기는게 있으면 정확한 죄명을 적용하기 힘들고, 수사방향 또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치스러움 등으로 사실을 숨기고 상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3년 여름 서울 동대문경찰서를 찾은 40대 중반의 김 모 여인도 결국 수치스러움을 감수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검거하여 구속할 수 있었다.



제2금융권 은행의 부지점장이었던 김 씨.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지내던 중 30대 중반의 남편 동네 후배 이 모 씨를 만나게 되면서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셋은 가끔 만나 저녁도 먹는 등 친분을 유지해 왔는데, 사기 전과가 많았던 이 씨는 어느날 김 씨에게 몰래 전화를 건다.


"형수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형님이 바람 피우는 것 아세요?"


김 씨는 남편이 그럴 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이 씨가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니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몰랐는데요."

"그래서, 제가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나중에 형님이 모텔 가거나 하면 제가 몰래 미행했다가 알려 드릴테니 그러면 그 때 나오세요." 라고 이야기해서 안심을 시켰다.


며칠 후, 이 씨는 김 씨에게 전화를 건다.

지금 막 형님이 모텔이 들어 갔으니 얼른 현장으로 나오라고 했다.


모두가 다 사실이 아니었다. 남편의 바람도, 모텔에 들어간 것도... 


부리나케 김 씨는 그 장소로 나갔으나, 당연히 현장은 적발할 수 없었다.

이 씨는 지금까지 있다가 방금 막 나갔다고 둘러대고 이렇게 나온 김에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고는 김 씨와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을 한다.

평소 술이 약한 편이 아닌 김 씨는 이 씨가 몰래 술에 탄 약 때문에 금새 술에 취해 근처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그 후 김 씨는 남편을 의심하다 벌어진 일이니 피해 당한 사실을 남편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수치스러움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하게 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형수니~~임. 형님이 알면 큰 일 날텐데요..."


라며 은근슬쩍 협박을 하면서 대출 부탁을 한다.


김 씨가 이 씨의 담보 능력 등 부재로 대출이 안된다고 하자, 은행 부지점장 신용으로 그 정도 대출도 못 해주냐면서 지속적으로 압박을 하게 되고... 김 씨는 결국 8,000만원을 대출 받아 주었다.


예상대로 이 씨는 돈을 받고 자취를 감췄고, 김 씨는 이씨를 고소했다.



최초 고소인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이 씨와의 수치스러운 일을 담당 임 형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임 형사도 단지 남편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전과도 많고 변제 능력도 없어 보이는 피의자에게 돈을 선뜻 대출해 준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김 씨를 상대로 집중 추궁을 했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김 씨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이면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임 형사는 체포영장을 받아 이 씨를 체포해 왔던 것이다.


수갑을 차고 자리에 앉아 있던 이 씨.

대질 조사를 위해 김 씨를 불렀는데, 남편과 같이 온 김 씨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이 씨에게 달려 들어서는 귀싸대기를 후려 갈겼다.


이 나쁜 XX야, 개XX야! 등등 욕을 하다가 이 씨 멱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말릴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이라 임 형사가 억지로 떼어서 말렸는데, 이 씨는 그렇게 맞고는 피식 웃으며 연신 비웃음을 지었다.

마치 피해자에게 멍청한 바보 같은 X이라고 하듯이 곁눈질로 보면서...


죄를 뉘우치고 사과를 해도 모자를 판에... 내가 피해자라도 법만 아니었으면 어떻게 해보고 싶었을 것 같았다.

 

연신 묘한 웃음을 짓는 이 씨를 보고 있자니 진짜 악마를 보는 듯 했다.  


그 후, 이 씨는 구속되었고, 피해 회복은 되지 않았다.

고스란히 김 씨가 대출금을 다 떠안은 건 당연한 일이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