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2일 현재 전세계에 서서히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가운데, 전세계 투자자의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또 따른 빅 스텝을 밟을 FOMC의 발표이다. 이러한 빅 이벤트를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현재와 내년의 투자 시장과 경제 상황을 정리하고 전망하는 것이 시의적절할 것으로 판단되어 간략히나마 현상을 정리하고 나름의 전망을 남기고자 한다.
결론만을 간단히 말하자면, 2023년에는 역사적인 경기 침체와 자산시장 전반의 대대적인 붕괴를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즉 모든 자산시장의 참여자들(즉 주식 투자자이든 부동산 투자자이든 간에)은 최대한 빨리 탈출해야 조금이라도 생존의 가능성을 높일 것이며, 여타 모든 경제 주체들 역시 최대한 안전벨트를 탄탄히 매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우리들이 타고 있는 롤러코스터의 정점을 지나면 곧바로 수직 하락하는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스키 모멘텀과 단기적 리셋에 대해 언급한 아래의 글들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서 언급한 단기적 리셋은 비록 기간을 짧더라도 그 규모는 과거 2008년 리먼사태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유사한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물론 현재 미 연준이 금리 압박의 강도를 서서히 낮추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혹자는 산타 랠리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혹자는 금리 상승만 멈추면 2023년에 충분히 연착륙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거의 전고점에 육박할 정도까지 반등에 성공한 다우존스 지수를 보면 연착륙 내지는 경기 반등의 가능성을 주장할 여지도 언뜻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22년 12월 현재 채권,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 등등 우리가 아는 모든 자산 시장이 폭락했거나 폭락하고 있고, 특히 불행히도,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불과한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실물 경기에 있어서도, 미국의 유명 IT 회사나 금융기관들이 고연봉 화이트 칼라를 대거 해고하기 시작하고, 미국 국민들의 저축이 향후 6개월 내에 바닥날 것이라는 뉴스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물론, 인플레의 기세가 조금이라도 꺾일 징조만 있으면, 바로 반등해 왔던 올해의 주식시장을 보면, 향후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금리 인하로 돌아서면 증시가 반등하고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다음의 차트를 보자.
미 연준의 피봇과 증시 폭락
위의 차트는 1964년부터 최근까지의 S&P 500 지수와 미국 기준금리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상승을 멈추는 그 시점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즉 미국 증시의 본격적인 폭락은 기준금리 상승기가 아니라, 오히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하락의 이유는 간단히 말하면 경기침체의 공포 때문이다. 기준금리의 인상이 상당 기간 진행되면서 시장에 누적된 스트레스는 결국 실물경기의 침체로 이어지게 되는데, 기준금리의 인하는 이러한 실물경기의 침체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사례를 보자면, 아래의 차트와 같이 기준금리 인하와 자산시장 붕괴 등의 이벤트는 실업률의 상승을 수반하는 것이 정해진 경로였다.
청색: 기준금리 // 적색: S&P 500 // 흑색: 미국 실업률
물론 현재 미국의 고용상황은 여전히 탄탄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직접 미치기까지는 대략 6개월~1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아직까지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결론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현재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여력이 서서히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축적한 전례 없는 수준의 저축은 약 6개월 뒤에는 바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며, 신용카드의 사용 규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타격을 줄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 분석의 측면을 보자면, 2022년 12월 9일 현재 미국 나스닥의 12개월 이동평균선이 36개월 이동평균선과 데드 크로스(death cross)를 만들었다. 기술적 분석에 나름의 이해가 있는 분들에게는 장기 이평선의 데드 크로스가 가지는 무게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리라 믿는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미국의 증시가 상당 기간 부정적인 이벤트를 경험한 이후에나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일목균형표의 후행 스팬 역시도 폭락 직전의 백척간두에 놓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향후 다가올 침체의 양상은 스마트 머니들의 동향을 통해서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래 차트는 미국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는 국채 30년물까지 장기채들이 공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즉 여전히 기준금리가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장기채들의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은 스마트 머니들이 이미 안전지대로 속속 탈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 추이
그리고 투기등급 회사채 즉 정크 본드 부문의 동향을 보면 스마트 머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경제 위기 상황을 예측하고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 차트는 SPDR Bloomberg High Yield Bond ETF(티커: JNK)와 S&P 500 지수를 비교한 것이다. 말하자면 JNK는 High Yield Bond 즉 이른바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ETF인데, S&P 500 지수가 하락하기 수 개월 전인 2021년 7월 경부터 하락하기 시작하고 있다.
청색: S&P 500 // 적색: JNK(정크본드 ETF)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 국채 장기물과 단기물의 수익률이 역전된 차트를 보겠다. 장기물과 단기물의 수익률 역전은 금융 위기 또는 경제 위기의 전조로서 이미 잘 알려진 현상이다. 아래는 미국 국채 10년물과 국채 2년물의 수익률 차이를 차트로 나타낸 것인데, 현재 소위 역대급의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익률 역전이 나타나면 길어도 2년 내에 금융위기가 나타난다. 사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실제 금융위기는 역전 현상이 진행될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역전 현상이 해소되면서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들로 인해, 필자는 우리는 현재 롤러코스터가 자유낙하 직전의 단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하여, 긴급히 자본시장에서 탈출하거나, 안전벨트를 최대한 단단히 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한편, 앞서 초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러 글들을 남겼는데, 이러한 관점이 당면한 버블 붕괴의 전망과 모순된다는 의견과 의문이 있는 듯하여 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현재 지금부터 대략 2030년까지 우리 경제가 경험하게 될 양상은 아래 그림과 같다.
2014~2030년 인플레이션 전망
위의 차트는 2014년~2030년 간의 인플레이션 양상이 1974년~1984년에 나타났던 양상과 비슷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 그림이다. 당연히 증시 및 여타 자산시장도 유사한 패턴을 따르게 될 것이다. 본 블로그에서도 앞서서 이미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을 해 놓았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현재 미 연준은 사실 내심으로는 미국의 정치경제학적인 이유로 인해 낮은 금리를 그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시대는 이미 본 블로그에서도 언급했듯이 초장기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초장기 인플레이션을 미국정부와 연준은 역시 정치경제적인 이유로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오는 딜레마와 부조화가 위와 같은 극단적인 변동성을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경제와 더불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인 문제들이 함께 논의될 것이다. 미국과 세계 각국이 경험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문제와 노림수를 이해하여야 비로소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경제 상황들이 제대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는 양안전쟁 등의 함께 고려되어야 현재의 경제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국제정치가 배제된 경제 예측은 절름발이에 불과한 것이며, 국제정치적 역학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올바른 경제 예측에 종종 실패하게 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요동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 경제정책의 최우선의 지향점이 국민들의 생활 안정이나 복지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껏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이 자본시장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어느 국가이든지 해당 국가를 이끌고 있는 엘리트의 지향점은 국민의 안녕이나 세계의 평화가 아니다. 그들의 지향점은 자신들이 속한 국가의 패권 강화와 그에 따른 지배 엘리트의 헤게모니의 확장이다. 이러한 양상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절대로 예외가 없다. 만약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면 이제라도 역사책을 열심히 읽기를 바란다. 15세기의 인간이든, 24세기의 인간이든 인간의 본질과 행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본 블로그에서 경제 이슈와 국제정치학적 이슈를 함께 다루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