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미래푸드가 설립되었다.
실제 기억을 가상 공간에서 구현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식품 기업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연구팀장이 신제품 발표회를 진행했다.
"단지 기억을 바탕으로 한 체험입니다. 그리고 강렬했던 기억만 가능합니다."
연구팀장은 프루스트 효과를 언급하며 기억의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냄새 또는 장소, 환경으로 장기기억을 형성한다는 이론이었다.
"음, 그러니까 군대에서 똥국을 먹던 기억을 잊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군요?"
최병수 전무가 말했다.
"음…. 글쎄, 나는 특례병 출신이네만, 어린 시절 계곡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던 맛을 잊을 수가 없긴 해. 모기 물린 기억, 고기 굽는 냄새, 김치 타는 냄새, 아버지가 드시던 구수한 막걸리 냄새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져."
박진호 사장은 향수에 젖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괜찮은데요? 진행해 봅시다. 이견 있으신가요?"
부회장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마케팅팀은 시제품 체험단을 공개 모집했다.
체험행사를 맡은 정우진 실장은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정우진 실장님이십니까?"
"네, 그런데요?"
"안녕하세요. 체험단 관련해서 문의를 드릴 게 있어서요."
"네, 말씀하세요."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체험단 모집은 웹사이트에서 받고 있어요. 거기서…."
"윗선에는 저희가 다 말씀드려놨습니다. 이따 점심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실례지만 …이만."
정 실장은 수신된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어이없는 경우인가 하고 생각을 되짚는 사이에 메일이 한 통 수신되었다.
제목 - 체험단 미팅 건
수신인 – gregory.gim@futureindustry.com
12시 20분 공대역 3번 출구 황소머리곰탕
VVIP께서 참석하십니다. 통신보안 요망.
"뭐야? 씨팔."
메신저 알림이 왔다. 김태식 팀장의 메시지였다. 김 팀장은 정우진에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속 상사였다.
- 정 실장 이따 외근 좀 나가봐야겠어.
- 외근이요? 어디로 말씀입니까?
- 멀리 갈 건 없고 근처 식당에서 미팅만 하면 된다던데. 장소는 자네에게 따로 연락을 준다더군.
- 네.
- 그리고 말이야. 윗선에서 내려온 건이니까 가급적이면 편의를 많이 봐 드리게.
- 윗선이요?
- 사장실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어디 발설하지 말고 혼자만 알고 있게나.
- 네, 알겠습니다.
- 수고하게.
- 네, 팀장님께서도 수고하십시오.
정 실장은 그 식당을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은 미팅을 할 만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며 의아하게 생각했다.
정 실장이 식당으로 들어서자 누가 보아도 경호원이라는 인상을 물씬 풍기는 남자가 3번 방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정 실장님."
전화기 속 목소리의 사내가 말했다. 그리고 옆자리에 흰머리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정 실장은 저 노인이 그 VVIP 인가 짐작하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