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 우리 대화
이것도 병문안인가?
병문안의 정의가 '앓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병세를 알아보고 위안하는 일'
이라고 되어 있으니,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도 병문안 인건 맞는 거 같다.
네 번째인지 다섯 번째인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입원 이후로 그녀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나를 만나러 왔다.
그녀는 늘 우리 아이의 병세를 걱정했고
나를 위로했으며
나는 그런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가 괜찮음을 충분하지만
너무 과장되지 않게 표현하려 애썼다.
우리는 자주 만날 때마다 늘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시간은 그런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야속하게도 빠르게만 흘러갔다.
나는 애써 기억해 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헤어진 뒤에 우리의 대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그저 일상적이고
아무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나고 헤어진 날도 그랬다.
밤이 되니
나는 그녀를 만나서 반가웠고 즐거웠고
헤어져서 아쉬웠다는 것 외에
대화에 대한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친구인가 보다.
우리는 그저 큰 목적 없이 만나 함께 있기만 해도 기분 좋은 그런 사이...
어쩌면 그녀와 수다를 떨고 싶다기보다
그저 같이 있고 싶었나 보다.
힘든 간병생활 중 잠시라도
숨통을 트이게 해 준 그녀에게 너무 고맙다.
그리고
초등학생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그녀에게 주일에는 교회 가는 시간을
그리고 토요일 중 적어도 월 1회는 나에게 오는 시간을
배려해 준 그녀의 남편에게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