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병동에서의 첫날밤
서울 성모병원은 혈액암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이다.
그래서 외래 예약만 몇 달이 걸린다는 글을 많이 봤다.
운이 좋게도
한 번에 외래 예약이 되었고,
외래를 본 날 바로 입원할 수 있었다.
19층 병실에 들어가니 5인실에 3자리가 차 있었고,
창가 자리에 배정받았다.
20층 소아혈액병동에 자리가 나면 바로 옮겨 주겠다고 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아무런 질문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예’라고만 대답했다.
나도, 아들도 아직 백혈병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고
적응이 안 되었으며, 슬프고 속상하고 뭐라 표현하지 못할
많은 감정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나의 발을 잡고 물속으로 깊이
깊이 빠져 들어가는 느낌과 비슷한 그런 상태였다.
며칠 안에 이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꼭 필요한 짐들만 풀었다.
나보다 더 충격이 큰 아들의 눈치를 쉴 새 없이 봤다.
표정 하나하나를 읽고 싶었지만
또래보다 사춘기가 빨리 온 14살 아들은 거의 무표정이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저녁을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식판을 정리한 후 병동을 한 바퀴 둘러봤다.
병동 복도 끝에는 소파가 있는 휴게실이 있었는데
그곳에 몇몇 보호자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오늘 입원하셨어요? ‘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담당 교수님이 최고 권위자라는 것
한동안은 신규환자를 받지 않았다는 것.
나는 아마도 내일쯤 20층 병동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것
나보다 몇 달 혹은 몇 년 선배님이신 보호자 분들은
치료가 힘들 테니 각오하라고 힘내라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낮에는 담당 교수님의 한마디에
저녁에는 먼저 치료 중인 분들의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었다.
그렇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늘 눈물주머니를 달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