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사는 서러움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왜 아무도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이곳 낙동강 유역에 터를 잡으셨나...
집이 지방이다 보니
우리 아이는 지역병원 응급실로 방문해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병명은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이지만 급성 중에서는 그리 급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그 불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컸다.
가끔 매우 급한 경우 폐렴 치료와 함께 항암을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폐렴을 치료할 만한 시간은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10여 일 동안 폐렴 치료를 해주었고
간간히 앞으로 항암 치료에 대한 계획을 나에게 설명해 주었으며.
나는 여기서 치료받을지
서울로 갈지 고민 중이었다.
주변 지인들이 큰 병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조언들을 해주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건
간호사인 5촌 조카의 강력한 한마디였다.
'고모~ 고민할 것도 없어.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서울로 빨리 가~ '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만 검색하면 정보들이 줄줄 나오지만
소아백혈병에 관한 정보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오래된 것들이 많았다.
서울 성모병원이 제일 잘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장 확실한 방법!! 바로 전화를 했다.
그냥 최대한 빨리 진료를 볼 수 있는 교수님으로 해달라 했고
이틀뒤 '조빈'교수님 외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너무 젊은 교수님이면 경력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여기가 낳을까 고민도 했지만
협진이나 시설 모든 면에서 낫겠지 생각하며 전원 하기로 했다.
외래 가는 날
나는 입원 짐을 다 싸고
응급실에서 지내야 할 각오도 하며 올라갔다.
도착해서 보니
내 예상과는 달리
정년을 앞둔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근엄하고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이 우리를 맞이하셨다.
말없이 가져온 서류를 보시고는
한마디 하셨다.
'잘 왔다. 잘 왔어'
세상 어느 말보다 안심이 되는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