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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10. 2022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힘

 1960년 9월 26일. 이날은 미국의 정치사와 세계사에 있어서 중요한 날이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가 첫 텔레비전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인 7천만 명가량이 TV 토론을 시청했다는 통계가 있다. 2008년 오바마와 매케인의 TV 토론 시청자가 5천200만 명이었다고 하니 케네디와 닉슨의 토론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TV라는 새로운 매체가 정치 이벤트에 동원되어 막강한 힘을 발휘한 이 사건은 이후 정치의 패러다임을 완벽히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음성 메시지를 통해 정보가 공유되던 라디오 시대의 쇠퇴가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정치인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먼저 이 한 장의 사진부터 살펴보자.

 왼쪽이 케네디,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닉슨이다. 여러분은 누가 더 리더의 모습을 갖췄다고 판단하는가? 여유로워 보이는 자세의 케네디인가. 아니면 뭔가 불편하고 초조해 보이는 닉슨인가. 실제 이날 라디오를 통해 이 토론을 접한 사람들의 경우 닉슨이 토론을 더 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TV를 통해 토론을 지켜본 사람들은 케네디가 앞섰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여기서 언어적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여기서 이 정보를 접하게 되면 여러분의 판단은 어떻게 달라질까?

 닉슨은 이날 TV 토론장으로 향하던 중 리무진 문에 이미 다친 무릎을 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이러한 속사정까지 알았다면 그의 행동이 이해되겠지만 보이는 정보로만 판단한다면 닉슨은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막강하다. 말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의상의 경우에도 케니디는 인물을 부각하는 검은색 슈트에 흰색 셔츠를 입었지만 닉슨은 노쇄해 보이는 회색 슈트를 입어 비교된다.

 내가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가서 닉슨의 참모가 된다면 토론장에 들어가는 그를 붙잡고 손수건을 빼앗아 찢어버렸을 것이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행동도 그가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닉슨은 이 토론을 계기로 TV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파급력을 느끼고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가 느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된다.


 좀 더 일상의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의 신체는 우리 마음속을 훤히 드러내는 유리창과 같다. 특히 발이 그렇다. 직장상사와 부하 직원이 대화를 나눈다. 만약 직장상사가 한쪽 발은 부하직원을 또 다른 한쪽 발은 문쪽을 향하고 있다면 이건 어떤 의미일까? 그건 아마도 직장 상사가 대화를 빨리 끝내고 저 문밖으로 빨리 나가고 싶어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눈치가 빠른 부하직원이라면 대화를 빨리 마무리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벤치에 앉는다면 두 사람의 발은 서로를 향할 수밖에 없다.

 사진 속 두 연인의 발을 보라. 서로를 향하다 못해 두 사람의 발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렇듯 우리의 신체는 생각보다 많은 메시지를 표출한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를 볼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웃게 된다. 왜 그럴까? 사람의 목에는 경동맥이 흐른다. 이는 가장 중요한 혈관 중 하나이다. 사람이 쓰러지면 경동맥을 짚으며 의식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기도 하고, 경동맥을 다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목을 기울이며 경동맥 부위를 드러낸다는 건 나는 당신을 경계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서 고개를 기울이고 웃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와 나란히 걸을 때 그 사람이 내 왼편에 있는 것이 편안한지 오른편에 있는 것이 편안한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내 오른편에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편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중력은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이를 거스르는 데에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가령 눈썹을 추켜올리는 행동, 혹은 팔을 들어 올리는 행동들 말이다. 누군가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눈썹을 추켜올리며 환하게 웃고 팔을 들어올려 흔든다는 건 귀찮음을 극복하고 '내가 에너지를 써가며 당신을 반기는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본능이다.

 이 외에도 제스처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들은 많이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연구한다면 상대의 기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춰 대화의 전략을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다. 의 힘만큼 강력한 소통의 수단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대화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는 양념과도 같다. 적절한 제스처는 상대에게 강한 신뢰감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거부감을 느끼게도 한다. 자신은 어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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