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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Dec 18. 2024

☏2021

10. 택배 20210903

하루 사이에 우리 집 초인종이 다섯 번이나 울렸습니다. 반응을 요구하는 울림이 아닙니다. 인기척이 났나 했는데 기사는 곧바로 사라집니다. 확인할 사이도 없이 모습을 감춥니다. 전 같으면 주인이 보이기를 기다려 물건을 인계하는데 달라졌습니다. 그들이 바쁘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전환되다 보니 빚어진 결과입니다. 잠시 후 현관문을 빠끔 열었습니다. 택배입니다. 오렌지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복숭아입니다. 사과입니다. 고구마입니다. 옥수수입니다. 갑자기 집안이 풍성해졌습니다.


우리 집은 세월이 흐를수록 택배가 늘어납니다. 전에는 밖에 나가서 장을 봐왔는데 나이 들다 보니 하나둘 물건을 시키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우리만 그런 줄 알았지만 옆집도, 앞집도, 또 다른 옆집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이면서도 배달을 많이 시킵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직접 장을 볼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가 봅니다. 코로나로 인해 택배의 물량이 더 많이 늘었답니다. 더구나 추석이 다가옵니다. 택배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오늘 아래층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가보니 빈 상자가 많이 쌓여있습니다. 많은 양입니다. 예전에 비추어 보아 추석이 지날 때까지는 정도가 심할 것입니다.


우리 집에 물건이 한꺼번에 도착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현지에서 수확이 조금씩 늦다 보니 과일이 한꺼번에 도착했습니다. 보름 전에 신청한 것이 이제야 도착한 것도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개중에는 재촉하는 이도 있고 주문을 취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건이 한꺼번에 쌓이니 추석 준비를 미리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택배기사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신문을 보니 이분들이 가끔 과로로 쓰러지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고된 노동 때문입니다. 물량이 많을 때는 자정을 한참 넘은 시간까지 배달이 이어진다는 기사를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물건 배달뿐만 아닙니다. 배달 음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따라서 많은 오토바이가 거리를 질주합니다. 배달 음식은 바쁜 사람이나 움직임을 귀찮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코로나로 인해 단체로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다 보니 음식 배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질주합니다. 과속합니다.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납니다. 그들의 눈에는 초록 신호만 보이나 봅니다. 차들이 질주하는 사이를 곡예시범이라도 보이려는 것처럼 빠져나갑니다. 반대차선으로 달리는 모습도 눈에 뜨입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고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며칠 전에는 내가 큰소리를 쳤습니다.


“여기 경고문 안 보여요.”


내가 아파트 모퉁이를 돌 때입니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들었습니다. 하마터면 크게 부딪칠뻔했습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오토바이와 어린이가 부딪치는 사고가 난 후 인도의 곳곳에는 일 미터 정도의 빨간 플라스틱 블록이 양옆으로 두 개씩 놓여 있습니다.


“오토바이 출입 금지. 보행자와 충돌 위험.”


하지만 별 효용이 없는 듯합니다. 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공유하는 모빌에는 하루가 멀다고 항의의 글이 올라옵니다. 배달하는 사람들이 차도를 이용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서슴없이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경비하는 분이 글을 올렸습니다. 주민 여러분의 뜻을 알고 있으나 자신의 제지와 단속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기 일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뜻이 있는 분은 함께 나서 주시고 보는 대로 사진을 찍어 구청에 고발을 해주면 좋겠다고 합니다. 우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밖의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종종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갑자기 나를 밀어낼 듯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전동킥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중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주방 쪽으로 눈이 갔습니다. 벽의 시계도 쳐다봅니다.


‘뭐야, 빨리 내오지 않고.’


나는 가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재촉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 그릇이라도 더 배달해야 합니다. 오토바이는 달립니다. 규칙을 어깁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도 더 벌고 싶은 마음에.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했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좀 늦어도 어쩔 수 없지. 서두르다 실수로 내 앞에서 뜨거운 음식을 쏟기라도 한다면.’

평소보다 늦어 내 식탁에 음식이 놓였습니다. 수저의 놀림이 빨라집니다.

지킬 것은 지키고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생각 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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