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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작가 윤효재 Oct 12. 2023

고독속의 군중

 2021년, 혼자 사는 왕따는 그리 외롭지 않았다. 적응이 잘 되고 신이 났다. 오랜만에 머리를 치켜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저렇게 생겼었지!' 씨익 웃었다.

 이젠 혼자 돌아다녀도 눈치 볼 필요가 없으며 영화관 따위는 혼자 간지 오래다. 

 어차피 영화 시작할 때 불 꺼지면 다 똑같다. 

 혼밥, 혼술이 자연스럽고 가게 사장님도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1인 손님도 왕인 세상이다.

 예전엔 주변에서 그를 불쌍히 보더니 이젠 그가 그들을 불쌍히 바라본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적응을 못 할까 봐 걱정했다. 

 친구??, 없어도 된다. 이젠 스마트폰으로 사귈 수 있고 하루 종일 게임하며 놀 수도 있다. 

 단지 노안이 오고 채팅으로 엄지 지문이 사라질까 두려울 뿐이다.

 길거리를 걸어다녀도 모자를 꾹 눌러 쓸 필요가 없으며 혼자 여행을 해도 자유롭다.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서 ‘오늘의 딴지 걸기’ 코너에서는 남자 아나운서 멘트가 나왔다.

 “며칠 전 sns에 '혼자 사는 왕따'라는 제목의 글을 보았는데요,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증가한 반면 혼자 사는 사람은 오히려 삶의 질이 높아졌다 하더군요.  어차피 그들은 예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져 있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하니 더더욱 자신감이 생겼다고 합니다. 말 걸어줄 사람도 없고 말할 상대도 없으니 금상첨화라 하더군요. 코로나로 그들이 우리 삶을 걱정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서로를 따돌리고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군중 속의 고독한 삶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아니, 사회 전체가 외롭게 되어 ‘고독 속의 군중’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옆에 여성 아나운서가 씁쓸한 미소를 띠며 멘트를 이었다. 

 “발명왕 에디슨 아시죠? 어렸을 때 그도 소위 왕따였습니다. 하지만 기이한 그의 행동이 나중에는 발명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현재 우리 삶에 수많은 편익을 가져다준 인물이 되었습니다. 

자신과 다르다고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나서 사람들도 다시 만나고 그들과의 거리도 좁혀졌으면 좋겠습니다. ”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어쩌면 지금 왕따들은  코로나 상황이 끝난 것에 머리를 떨구고 어깨가 처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도 다양성을 인정하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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