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이라 하는데, 회복할 일상이 없다
5월 7일 일기
'일상회복'이라 하는데, 생각해보면 회복할 일상이 없다. 입시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후 줄곧 비대면 시대를 살아왔다. 근 3년, 그러니까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내내 이런 게 나의 일상이었다. 줌으로 수업을 듣거나, 녹화 강의를 틀어놓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나가 역곡천의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노래를 듣거나, 저녁엔 동네 친구를 만나 맥주를 마시는 일상. 말하자면 지금 나를 기다리는 건 '일상의 회복'이 아니라 '일상의 소멸'이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상적 어른의 삶이 나를 기다린다. 너무 느긋하고 평화로운 3년을 보냈다. 그만큼 두렵고 피곤할지 모른다. 낯선 관계, 혼잡한 교통, 경쟁의 피폐함을 3년 간 용케도 피해 살았다. 그러니까 어른적 삶의 쓰린 부분은 빼놓고 단맛만 누리며 산 것에 대한 청구서가 날 기다린다. 비대면의 삶은 사실 행복했고, 내일은 그만큼 괴롭겠지 생각한다. 얼마남지 않은 비대면 시대의 벨 에포크를 최대한 누리며,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래봐야 밖에 나가면 부서지고 깨지겠지만, 그 와중에도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내가 이해하고픈 사람이, 봄꽃이, 가을이, 근사한 저녁이 군데군데 남아있겠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