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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Apr 08. 2024

내탓 보다는 니 탓

금쪽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

얼마전 친한 동료선생님 A가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우리반에 찾아왔다.


A  "아오, 진짜 어이없어!"

나 " 아니 생전 열내는 일 없는 분이 뭔일이랴?!"

A " 우리반 땡땡이 엄마가 나한테 전화해서는 다짜고짜 우유신청 못했는데 지금 넣어달라잖아."

 " 이알리미로 신청 끝났다.! 2학기에 하시라고 얘기했는데도....이러는거있지"


우리애 꼭 우유 먹어야돼요.
아니, 발주 하나 더 넣는게 그렇게 어렵나요?


진정 비장한 표정으로 A는 이렇게 말했다.



A " 내가 언젠가 이 엄마랑 싸울꺼야....."



A선생님과 알고지낸 지 어언 2년 째.

이토록 화딱지 나게 풀로 샤우팅을 외친건 진정 처음봤다.



대부분 학부모님은 상식선이다. 아니 오히려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훠얼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기가 싫었다.

내 담임수당 정도까지만 채운다고 약속하고 지낸지도 거의 한달 째다.

그럼에도 왜 그렇게 싫은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살고있는 극 T성향이니께...


대부분은 상식선에서 티키타카가 잘 이루어지지만

인구구성의 과학적인 비율로 보자면 꼭 한 반에 한 두명 정도는 심금을 울리게 민폐인 아이들이 있다.

담임수당 정도까지만 한다면 이 금쪽이들이 피해끼치는 행동도 4번 이상부터는 모르쇠 하려고 한다.

(지켜보는 것 자체로도 에너지가 딸리지만....이게 제일 슬프다...ㅠㅠ)

사건 1개에 100원으로 따지면 담임수당이 한 아이당 400원이니 4번까지다.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은 돈을 오히려 버는 기분인데...사건처리는 이상하게 100원 이상인 것 같다.

내가 계산을 잘못하고 있는건가...


난 곧이어 올 상담주간을 대비해서 대차게 적고있다.

'댁의 아이는 타인에게 피해끼치는 행동을 합니다.'라고 하면 당연 이렇게 말할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요?




오늘 적은 행동만 보자면 이렇다


1. 금쪽1이 친구 옷을 떨어뜨려서 다시 올리라고 하니 바닥에 더 뒹굴게 했다.

-'다시 올려놔라'까지하고 멈췄어야 하건만...난 한 발 더 나아가고 말았다.

-친구가 네 옷을 떨어뜨렸으면 어떨것 같니?

- " (해맑게)좋아요."

-바랄걸 바라자... 내 담임수당 100원어치 소모


2. 금쪽1이 아침에 와서 친구 필통을 뒤지며 가져가려고 하니 필통주인이 그만하라고 난리가 났다.

-당연 금쪽1은 멈추지 않고, 상대는 목소리가 커져서 난 눈빛만 발사하는데 늘 그렇듯 그냥은 듣지 않는다

-그만하라고 해야 왜 멈추는 걸까. 내 담임수당 100원어치 또 소모

-그나마 멈춘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건지..아침부터 기가 빨렸다.

-맨날 알림장에 적는 ' 친구물건 만지지 않기'는 글씨연습이었나...아참...금쪽이는 알림장 안쓰지...


3. 쉬는시간이 끝나고 친구들이 보드게임을 정리할때 금쪽1이 정리하는 것을 망가뜨렸다. 당연 사과도 없고, 정리도 같이 하지 않고 자리에 돌아가니 그 친구들이 난리가 났다.

-아......보는것 만으로도 지쳐.

-이쯤되면 같이 잘지낼 마음이 없는것 같은데...


4. 점심시간에 줄 설 때, 금쪽1이 '선생님~선생님~'을 연발해서 가보았다. 금쪽1 앞에 있는 아이B가 자기 손을 잡았다고하길래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B는 울음을 터트렸다. 금쪽1이 팔을 휘둘러서 자기가 맞았고, 하지 말라해도 듣지를 않아서 손을 붙잡았다고...

-팔은 왜 펄럭이는 걸까...

-이유는 알아서 무엇하리....어차피 이해가 가지도 않을텐데...나란 사람도 참...


오늘도 딱 400원어치 사고를 쳤고, 난 그만큼만 하려고 했다.

근데 왜 400원은 벌고 40만원 이상 손해본 기분일까...



이런상황을 학부모 상담시간에 알려드리면 열에 여덟아홉은 나에게 비수로 다가온다.


'내 애를 미워했다 이거지, 너 두고봐....'

이런 마음이 드는가보다.

그래서 어차피 바뀌지도 않고 내 에너지만 쓰는 기록같은건 뭐하러 하는걸까 싶기도 하다.

팔은 안으로 굽고 나 역시도 내 아이 상담을 갈 때를 돌이켜 보면 좋은말만 기대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번 년도에도 고민이 되긴한다.

사실대로 말씀을 드릴지...

아니면 좋은 것만 말씀드릴지...아니 아무리 쥐어짜도 없다면 그저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알려달라고만 할 수밖에...



가정에서 받아들일 마음이 있는지부터 먼저 파악하는것이 순서겠다.

분명 가정에서도 알고는 있을텐데 정곡을 찌르면 오히려 나를 아동학대로 공격할 거리를 찾느라 바쁠테니까..




학교 규정대로 2번 경고 후에는 타임아웃- 다른교실-학부모 인계까지 밟는 수순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이 학교 규정보다 아동학대법이 더 상위법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정당한 지도로 타임아웃을 시키더라도 기분 나빴다면 아동학대로 입건이 된다는 것이 현행법이다. '입건'이 된다고 한다. 몇 년을 소송 하는동안 직위해제는 물론이니 참내....

정년퇴직까지 못하겠는 이유와 투자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결국 소송으로 무혐의가 난다 하더라도...

그 세월 동안 홀로 싸워야하는데 그걸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참고 말지...해버리고 만다.

규정이 있어도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매일 매일을 소송당하지 않을까 불안불안...오늘도 별일은 없었구나.

운에 기대사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결국 피해는 대다수의 학생들

선생님

금쪽이1

아무도 승자가 없다.



난 차라리 우리 아이가 이렇게 피해봤어요. 그 아이 가정에도 알려서 다시는 이렇게 못하도록 하게해주세요.라는 말이 반갑다. 선생님만 믿을게요보다 백번천번... 저 아무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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