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몽니 - 소년이 어른이 되어

by 여백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늘 새롭다.

때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날을, 때로는 세상에 처음 발을 딛고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했던 이십 대의 처음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노래임에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게 다른 걸 보면 참 복잡하게도 살았나 보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사람을 알아갈 때에

뜻하지 않던 많은 요구와 거친 입술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아갈 때에

하얀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아지겠지


이십 대 초. 소년이라 하기도, 어른이라 하기도 애매한 시기. 그 시기의 나는 세상을 알기에 너무나도 어리숙했다. 이제 막 미성년자 딱지를 뗀 내게 세상은 너무도 가혹했다. 나를 물어뜯는 거친 입술들에 바닥만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상이 무서웠다.

기댈 곳 하나 없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눈물 흘리는 날도 점점 많아져 눈물로 밤을 보내기도 했다.

이십 대 초의 나는 그렇게 점점 어두워져 갔다.


나를 가두고 있다 생각했던 울타리가 실은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나이만 먹으면 당연히 어른이 될 줄 알았건만 나는 그저 나이만 먹은 어린아이 일 뿐이었다.


나의 오늘이 흘러가면

서글픈 추억들 중에 작은 조각이 되겠지

잡을 수 없는 시간들은

떨어지는 빗방울이 사라지듯 나를 스쳐가네


수천번의 오늘이 흘러 어느새 서른에 가까워졌다. 삼촌, 아저씨 소리도 익숙하고 어디선가 신분증 검사를 하면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온다.

이쯤 되니 웬만한 일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기엔 너무도 닳고 닳아버렸다.

눈물 흘리는 날도 많이 줄었다. 너무나 많은 일을 겪었기에 이제는 나를 눈물 나게 할 만한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나를 어둡게 하던 것들도 이제 추억의 한 조각이 되었다. 나를 어둡게 하는 모든 것들이 다 한때였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는다.

그렇기에 어두워지면 어두워진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굳이 밝히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밝아질 것이기에 그저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는데 집중해 본다.


이제 막 이십 대가 되어 세상을, 또 사람을 알아가고 있는 수많은 청춘들이 있다.

나의 이십 대 초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역시 거친 입술들에 물어뜯기기도,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어두워질 것이다. 미련하게 버텨도, 내려놓고 울어도 괜찮다. 모든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깎여나가며 추억 속 작은 조각이 될 테니까.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렇게 수많은 청춘에 작은 위로를 하나 건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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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