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리퀘스트 밤근무 4개를 달라고 했다.]

8번째 이야기-권고사직 당한 이유를 돌아보다.

by 윤슬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하지 말아야 했던 행동들, 말들을 이 새벽에 조용히 읊어 봅니다.

분명 사람들이 저랑 일을 하기 싫어했던 이유는 있었을 테고. 글을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비록 상대방 얘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저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돌아봄으로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정확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깐요.




18층 행정실로 불려 간 나는 부장의 짧고 굵직한 얘기를 마주 했다.


"J간호사가 생각하는 수간호사가 도저히 같이 일 못하겠다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눈이 나빴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 버티던, 부장의 안 그래도 작은 눈은 더욱 가늘게 찢어져 보였다. 그리고 나의 시선을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나에게 냉수를 한잔 권하면서 물었다.




그 후 1년 동안 나는 이 물음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다음 직장에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슴속에 비수를 꽂을 만큼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나이가 많이 차이나는 그룹에 평간호사로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부장이 K수간호사를 내보내고 나를 그 자리에 앉힌다고 면접첫날 말했어도.

(그곳은 오랫동안 근무했던 간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그녀들은 똘똘 뭉쳐있었다. 나의 나이는 병동에서 가장 많았고, 중위그룹의 나이보다 10살 이상 많았다.)


-4년 정도 이전 직장에서 간호과장으로 있으면서 일선에서 컴퓨터로 인수인계와 이젠 잘 쓰지 않는 카덱스*의 숙련도가 떨어짐을 인정해야 한다.

(카덱스*를 쓰고 있어서 놀랐다.)

(좌:이전에 사용했었던 카덱스꽂이와 우:카덱스 종이)
(환자의 투약 주사제 각종 검사등 깨알 정보가 적힌 카덱스임. 오랫동안 사용했지만, 지금은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가 주로 사용된다.)


-근무 리퀘스트 밤근무 4개를 달라고 했다.
(밤근무를 더 해서 작은 급여를 보충하려던 욕심을 버려야 했다. 이전 직장과 급여를 비교하면 안 되었다. 그토록 모질게 돈과 사투를 벌인 건 순전히 내 사정이었다.)


-환자에게 더 친절하게 말을 건네거나 그녀들의 입장에서 오버? 하면 안 되었다.

(예를 들어 환자가 무거운 식판을 들고 복도로 나와서, 뛰어가서 대신 받아서 정리했다. 그녀들이 보는 앞에서 절대 하면 안 되는 일. 나중에 [선생님 식판 들어주신 분 아는 사람이에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한 번 나에 대해 안 좋은 평판을 쏟으면-특히 수간호사나 병동에 영향력 행사하는 곧 수간호사가 될 자리에 있는 차지*-그 말은 힘이 있어 살아 움직이고 욕하고 싶지 않은 간호사들도 동참을 해야 그 무리에 끼어들 수 있다. 그래서 종종 간호사들 사회에서는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뉴스에 나는 일들도 간호사 사회의 독특한 문화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개인의견임을 밝힙니다.)

*차지:수간호사 밑 책임간호사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을 수도 있고, 나도 내 입장에서 항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올 결심을 한 순간 나는 모든 입을 닫아 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신규시절 S간호사가 이토록 그리운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다음 편에 계속-


(위 사진은 싱가폴 마리나 베이와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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