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고마운 녀석
나를 포함해서 이 세상에는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안경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맹인으로 살지 않아도 되었으며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놀라운 발명품이다.
그리고 안경을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안경은 내 시력을 보조해 주는 역할과 동시에 패션 아이템 등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디자인도 상당히 중요하다. 사람에 따라서 잘 어울리는 안경이 제각각인데 나는 태가 얇고 둥글둥글한 은태나 금태 안경이 가장 잘 어울린다.
또 조금만 무거운 안경을 착용하면 금방 콧등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가벼운 소재를 사용한 안경들을 구매해서 착용해야 하는데 내가 안경에 도수를 넣고 처음 맞췄던 것이 군대를 전역한 직후였으니 위 사진에 보이는 저 금태안경은 나와 약 10년을 같이 한 나의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물건이다.
이 녀석을 처음 구매하여 도수까지 맞춘 뒤에 착용했을 때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뿌옇게 보였던 세상이 한순간에 명료하게 보이는 그 기분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이렇게 해상도가 높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동안 너무 불편하게 살았구나라는 후회도 동시에 밀려들어왔다.
이후에도 몇 개 정도 다른 안경을 새로 맞춰보곤 했는데 역시 나와 가장 잘 어울리고 나를 가장 잘 아는 녀석은 바로 이 금태안경이다. 그래서 부서지지 않는 이상 계속 착용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미 나의 분신이고 내 곁에 없으면 불안해지는 녀석이라 언제나 애지중지하면서 다루고 있다.
앞으로 이 안경과 얼마나 더 오래 붙어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 녀석이 명을 다해 부서지더라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가끔 꺼내보면 이 안경을 쓰고 다녔던 장소, 사람들,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겠지. 그리고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라고, 그때를 생각하며 미소 짓고 감상에 젖는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