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츄츄
바람이 너무 커지는 걸 막아야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형은 결국 다시 몽골로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 어서 그 시원함에서 탈출하는 대화로 옮겼다.
형은 한 해를 버리지 않고, 한 살 어려지지도 않았다. 한국국적이 아니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는 그 해를 살고 있었다. 그는 모르겠지만 그는 갇혀 있었다. 하지만 나의 갇힘과는 시원함이 달랐다. 나보다 더 더웠지만 그는 바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한 살을 먹으면 뱉어낼 게 분명한 사람이었다. 나도 그러길 바란 사람이었다고 그가 인정했었으니까.
“형 요즘에도 그 기사분 와요?”
“오지. 동생 만났다니까 좋아했어.”
“어때요 그분은?”
“좋아. 항상 일찍 와서 나랑 얘기도 하고, 재밌어.”
내 바람이 커지지 않으려면 형의 바람을 키워야 했다. 형에게서 나도 똑같이 곧 사라지겠지만, 형은 나보다 강했다. 한 번만 강한 바람을 넘겼다. 그에게 증오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형은 아빠는 안 보고 싶어요?”
철이형은 원서 접수를 하고 집을 정리할 겸 몽골로 돌아갔다. 의뢰는 더 이상 받지 않았다. 물론 전시회도 문을 닫았다. 사실 의뢰가 끊겼다. 혼란은 길지 않았다. 바뀐 나이에 맞춰 기존의 제도나 시험과 같은 돈을 위한 과정들 또한 변했다.
그래서인지 신춘길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비록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줄었지만 매일 배달하면서 즐겁다고, 잘로스 식당에서 밥 한 번 먹자는 내용이었다. 꼭 묻고 싶은 것도 있어서 다시 잘로스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번에 내가 사요. 돈도 벌었으니까.”
신춘길씨는 어눌한 한국어를 특유의 웃음으로 숨겼다. 그는 양고기부터 납작한 만두까지 푸짐하게 주문했다. 그의 입은 밥을 먹기보다 말하기 바빴다. 배달 에피소드, 기사에 나왔던 일, 그리고 잘로스와 식당 주인 아들과의 대화를 쉴 새 없이 뿜었다.
“여기 아들이 진짜 좋아요. 셋이 같이 밥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얼마 전에 몽골로 다시 갔어요.”
모르는 척 아쉬운 마음으로 반응했다.
“선생님 만난 이야기도 해 줬어요. 어땠어요? 좋지 않아요?”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나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맞아요 좋았어요.”
선생님이란 호칭부터 그의 끊임없는 물음을 봤을 때 할 수 있는 답은 좋아요 뿐이었다.
식사가 얼추 끝나갈 때쯤 이날 처음으로 내가 먼저 물었다. 아니 물어야만 했다.
“제가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요. 아무거나요.”
“혹시 츄츄라는 말 아세요?”
그는 휴지로 급하게 입을 닦고는 다소 격정적으로 말했다.
“어떻게 알아요? 그거 말 탈 때 내는 소린데, 선생님도 알아요? 선생님 몽골 간 적 있어요?”
신춘길씨는 마치 추추 같았다.
“몽골에서 말을 탄 적이 있어요. 근데 이게 몽골에서는 다 츄츄라고 하나요?”
“에이. 우리 땅이 얼마나 큰데. 츄츄는 우리 마을에서만 써요.”
츄츄를 묻는 이유에 대한 신춘길씨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서야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추추의 존재라든지 철이형과의 여행이라든지, 그것들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았다. 신춘길씨에게 보고 싶은 건 찾았냐고 물어보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는 보고 싶은 건 찾는 게 아니라는 말로 방어했다.
이제 주마다 도어록 번호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나를 찾는 사람도 원래대로 한 달에 한두 사람 정도였다. 모든 이젤 위의 자기소개서를 치우고, 하나의 이젤만 남겨 뒀다. 제목과 주인공만 덩그러니 올려 뒀다.
[츄츄]_철이형
원래대로 돌아온 방은 꽤나 시원했다.
다음날 보육원을 찾았다. 추추는 이제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 앞에서 말을 탔다. 여전히 흩날리는 사막 모래 위로 철이형 목소리가 반짝였다. 추추가 격하게 엉덩이를 씰룩일수록 신춘길씨처럼 방랑하는 은하수가 짙게 펼쳐졌다.
“추추, 사막 가 봤어?”
“가 봤어. 근데 기억은 없어. 아빠가 데려갔다고 엄마가 그랬어.”
“추추, 그럼 바다는 가 봤어?”
“비행기 밑에 있는 물?”
“맞아. 파란 물.”
“비행기에서만 봤어. 가 본 적은 없어.”
“추추 바다 갈래?”
“사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