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츄츄 09화

감사한 주변

단편소설 츄츄

by 다날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쓰고, 글을 계속 쓰고 싶을 것이다.

그게 하고 싶은 일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중에서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해.

오랜 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제나 잘 살고 있다, 가장 소중한 걸 갖고 있다며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현실이라 믿었다. 주변이 바뀌어도 나는 똑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현실이 들리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진부한 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여 돈을 벌고, 돈을 벌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고 순서는 분명 나에게 차가웠었다. 지금 이것이 점점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이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내가 밉고 싫었다. 어차피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기에 누가 뭐라든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열심히 말하고 다녔던 순간들에 미안했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철이형에게 그랬다.

스무 살 초반에 몽골에서 만났던 가이드 형. 아직도 그의 모습이 선명하다. 모든 걸 잃은 듯한 슬픈 눈을 가진 그는 여행할 때만큼은 웃었다. 몽골의 자연경관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기억에 남는 가치는 가이드 형이다. 그가 보여준 전문성과 직업의식 따위가 아니다. 형의 가이드를 받을 때, 나는 그의 가치관, 철학, 그리고 삶을 느끼고 배웠다.

울란바토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전 그에게 시를 써 주었다. 왠지 이 사람에겐 나의 솔직한 생각과 꿈을 일부분 맡길 수 있었다.


보통은 그래하며 하고 싶은 일을 내려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가끔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을까 고민하며 잠드는 시간도 있으면 좋겠다.

나는 처음으로 그 질문을 올해 던지게 됐다. 그리고 종종 그를 떠올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티가 난다며 일과 돈 그 이상의 가치가 묻어있다는 그의 눈을 그려본다.


그래도 아직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해

지금도 다음은 무슨 글을 쓸까, 어떻게 써 볼까 고민하고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알려 주었던 그에게 츄츄란 소설을 선물하고 싶었다.

어느 광활한 초원과 사막에서 말을 타며 달리는 그는 다시 말한다,

츄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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