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햇감자 파실파실하고 부드러운 뜨거운 찐 감자, 소금이나 설탕을 찍어 드시는 분들도 있지만 난 고추장을 좋아해서 고추장을 발라 먹는다. 맵고 짭짤하면서 달달한 찐 감자의 맛.
신혼 초 시어머님 생전에 시골 시집에 가면 어머님은 감자전을 해주셨다. 감자전은 주로 묵은 감자로 했다. 햇감자로 해도 되지만 햇감자와 묵은 감자는 맛의 차이가 확연히 있다. 햇감자는 맛이 가볍고 명랑한 맛이라고나 할까, 그에 비해 묵은 감자는 든든하고 거만한 맛이 난다. 묵은 감자의 맛자체가 묵직하고 단맛은 더 진하고 달콤하지만 햇감자의 풋풋한 맛과 또 다른 맛이다. 햇감자에선 수분이 묵은 감자보다 많이 나와 싱거운 느낌이 든다.
묵은 감자의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고 체에서 물을 뺀 뒤 그 물을 가만히 두면 전분가루가 가라앉는다. 웃물은 따라버리고 갈아 놓은 감자와 전분을 잘 섞어 소금으로 간을 한 후 프라이팬에 얇게 펴서 굽는다.
강원도에서는 참숯으로 불을 피운 화로에 소당(무쇠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달군다. 들기름과 콩기름을 섞어서 무를 도장처럼 만들어 소당에 기름칠하고 그 위에 감자 간 것을 얇게 펴서 부친다 그 맛과 냄새, 쫀득한 식감 거기에 애호박을 채쳐서 절인 후 꼭 짜서 섞어 구우면 호박의 달큼한 맛과 어우러져 한결 더 맛있다. 들기름 향과 더불어 먹던 그 쫀득한 감자전은 이제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다시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신혼 초 아늑한 대청마루 위에서 금방 구워낸 감자전을 먹는 것만큼 맛있는 풍경은 추억 속으로 가버렸다.
어릴 때 고향이 강원도였던 엄마는 감자로 만든 음식을 종종 만드셨다. 부엌에서 감자를 수저를 이용해 껍질을 긁어내고 있으면 나도 하겠다고 따라 하곤 했었다. 엄마는 우리 누가 더 빨리 깎는지 내기할까? 하시면 나는 작은 조막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열심히 감자껍질을 긁어 껍질을 벗겼다. 엄마는 늘 조금 천천히 하시면서 엄마가 졌네 하시면서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감자를 떠올리면 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이 생각난다. 강원도 어느 유원지에 갔을 때 감자전이 있어 시켜 먹어본 적이 있었다. 감자 간 것에 밀가루인지 다른 가루가 섞여 있어 감자전 특유의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맛보다 가루의 뻣뻣함이 묻어 나와 조금 실망했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었다. 감자로 만든 것은 뭐든 다 좋아한다.
식구들이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엔 감자로 감자조림을 하면 쉽고 빠르게 밥반찬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껍질 벗긴 감자 작은 것 서너 개나 큰 것은 두 개 정도 약간 도톰하게 썰어 담고 소스팬에 감자에 비해 물 2/3를 붓는다. 고춧가루 두 스푼, 국간장 한 스푼, 소금 1/2 작은 티스푼, 간 마늘 반스푼 넣고 양파 채친 것을 넣는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들기름 한 스푼을 넣어야 맛있다. 바쁜 아침 시간이라 후다닥 만들기 좋은 반찬이다. 소스팬 뚜껑을 덮고 감자가 부글부글 끓으면 중간에 한 번씩 소스팬을 흔들어서 감자와 양념이 잘 어우러지도록 한다. 물이 졸아서 바닥에서 보글거리면 거의 다 익은 것이다. 젓가락으로 찔러 쑥 들어가면 대판 썬 것을 넣고 잠깐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아침 반찬하나 완성이다.
햄과 같이 채 썰어 볶아도 반찬이 된다. 감자는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수더분한 성격을 가졌나 보다. 감자와 계란을 삶아 햄과 오이 다진 것과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감자 샌드위치. 감자를 넣은 수제비, 감자 넣은 칼국수, 감자전. 통감자 버터구이는 감자를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단단해져서 맛이 없을 때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도톰하게 썰어서 구워 먹으면 버터의 향과 어울려 고소하게 먹을 수 있다. 감자튀김 감자 크로켓, 감자샐러드. 엄마가 감자를 사용한 음식을 자주 해 주셔서일까 지금도 감자가 들어간 음식은 다 맛있다.
쌀, 밀, 옥수수와 함께 4대 식량작물 중 하나로 꼽히는 감자는 구황작물이면서 부식의 재료이다. 페루·칠레 등의 안데스 산맥 원산으로 온대지방에서 널리 재배한다.
한국에는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따르면, 1824∼25년 사이에 명천의 김 씨가 북쪽에서 가지고 왔다는 설과 청나라 사람이 인삼을 몰래 캐가려고 왔다가 떨어뜨리고 갔다는 설을 수록하고 있다.
가짓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개설] 한자로는 북저(北藷)·토감저(土甘藷)·양저(洋藷)·지저(地藷)
쌍떡잎식물 통화나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 감자는 마령서(馬鈴薯)·하지감자·북감저(北甘藷)라고도 한다. 또한 덩이줄기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solanine)이 들어있다. 이것에 독성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및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