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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an 23. 2024

스타트업 창업자 모두가 하는 공통적인 실수

스타트업 #10 - 2023 회고

만약 2023년 1월 1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일단 확실한 건 무엇을 하지 않을지는 명확히 안다. 바로 채용이다.


우리나라 TOP 액셀러레이터(극초기 스타트업이나 창업팀 대상으로 투자하는 투자사)인 프라이머의 공동창업자 권도균 대표님께서 어느 날 링크드인(Linkedin)에 글을 하나 올리셨다. '펀딩의 성공이 재앙의 시작'이라는 첫 줄인데 분명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아마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가 기대하는 투자유치의 성공이 어떻게 재앙의 시작이란 말인가? 그러나 나는 이 글을 보는 순간 일면식도 없는 권도균 대표님과 마치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듯 이 짧은 한 문장이 감각적으로 어떤 걸 의미하는지 직감했고 이어지는 문장에서 확신했다.


초보 경영자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 힘든 일이지만 '돈이 안 들어온 것처럼' 평심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도전이어요.


내가 지금껏 썼던 글들을 보면 투자유치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 문장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금액이 내 스마트폰에 찍혀있는 그 순간의 감동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우리 팀의 첫 재앙이 시작되었다. 열명 남짓했던 우리 팀은 스무 명을 넘겼고 공용 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에는 더 이상 우리 팀 전부를 수용해 줄 미팅룸이 없었다. 조직을 나누고 중간 리더를 선정하며 우리 팀은 마치 빠르게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로켓인 마냥 도착할 다른 행성에 대한 부푼 기대를 멈출 수 없었다.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냉혹했다. 제품이 온전치 않아 사실은 발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로켓인데 미리 연료가 모자랄 것 같아 불필요한 연료통 확장공사를 진행하는 꼴이었다. 팀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비효율적으로 변해갔고 각각이 생각하는 목적지와 경로도 점점 달라졌다. 아직 출발도 못했는데 말이다. 팀 내의 안 좋은 분위기와 팀원들의 사기 저하는 무서운 속도로 퍼졌고 다시 제자리로 돌이키기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있다는 것은 생존과의 싸움이다. 찬란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미래가 가깝지 않다는 것이 가혹한 현실이다. 너무나 낮은 가능성을 위해 너무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남태희 대표님의 '생존을 넘어 번창으로'라는 책 초반에 나오는 내용처럼, 그러다 운과 노력이 만나면 번창의 길로 들어선다. 그땐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큰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은 총 8명으로 다시 대부분의 초기멤버분들과 우리 비전을 진짜로 공감해 주시는 새로운 두 분이 함께하고 있다. 이 중 다섯 명이 현재 미국 LA에 모였다. 고객과 소통하고 프러덕을 개발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스무 명일 때 보다 속도가 빠르다. 개인의 목표가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만드니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나 감정의 낭비가 없다. 모든 논의는 마치 로또에 당첨되는 '만약에' 게임처럼 즐겁다. 그래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일에 있어서 적당히도(?) 없다.

LA 할리우드에 위치한 우리 팀 숙소

얼마 전 우리 회사가 스폰한 미국 현지 브랜드 네트워킹 행사에 갔다가 밤늦게 도착해서 너무 피곤했지만 바로 맥주 한 캔과 함께 내일 해야 할 일, 이번달에 해야 할 일, 이번 분기에 해야 할 일, 올해까지 해야 할 일을 정리하며 또 자정을 넘겼다. 

우리 팀이 스폰한 LA 이커머스 브랜드 네트워킹 행사

아이디어는 바뀐다. 때론 프러덕이 나온 후 피벗팅도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Good to Great'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옳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면 결국 옳은 방향을 찾을 수 있다. 스타트업 팀을 운영할 때 마치 스포츠 팀 감독처럼 운영하라는 유명한 조언이 있다. 만약 당신이 11명의 플레이어로만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면 지금 당신의 팀은 A+ 팀이 맞는가? A+ 인재들은 A+ 인재들과 모이고, B 인재들은 B 인재들과 모인다고 했다. 우리 팀을 스쳐갔던 전 멤버들 역시 A+ 플레이어였을 수도, B 플레이어였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지금 우리 팀은 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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