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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Sep 02. 2024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적어대는 글과 우연찮게 떠오로는 영감만으로 써 내려가는 나만의 수필들. 그것은 내 삶을 이룩하기엔 충분한 것이다. 더불어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에 크나큰 보탬을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내 육체가 직접 시간을 맞으며 겪는 추억과 비슷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불편한 사실이 내게 다가왔다. 그것들은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다. 내 경험에서 만들어진 의미이고, 내 삶에서 창출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건 나에게만 의미 있다. 당연하게도 어느 누군가 동감은 가질 수 있지만, 이를 갖고 본인의 삶에 고스란히 적용해보려 하면 분명 불협화음이 날 것이다. 그건 정확하다. 다가온 것은 그 사실이다.


그래서 나 또한 논리적인 추론이나 어떤 고전적인 시론 혹은 통계를 기반한 논문이 아닌 정말 단순한 에세이는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정도로만 읽는다. 그러나 내 수필은 그렇게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수 있지 않다. 당연하게도 내 경험과 나를 위해 남겨져 있는 것이라, 누군가 읽고 위안을 얻을 리 만무하다. 나 또한 내가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특히 수필 같은 것) 가치를 따져보지 않았던 것 같다. 따져본 바에 의하면 내 글을 어딘가에 올리는 것이나 누군가 내 글을 보는 것에서 얻는 가치보다 나 스스로 수필을 적고, 그것에 관해 관찰해 보고 홀로 생각해 보는 것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됐다. 그것뿐이다.


즉, ‘내 경험과 생각은 나에게나 의미 있는 것이지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 의미 있을 리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그것을 적으면 안 되는가. 그리고 올리면 안 되는가. 더하여 다른 작품들은 왜 올리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에 대한 답 또한 나는 충분히 할 수 있다. 마치 나와 대화를 나누듯이.


처음의 답은 간단하다. 수필은 그 자체로 내게 큰 의미이다. 그러니 적어야만 한다. 그리고 두 번째의 답은 위의 내용이다. 올릴 이유 만무하다.


그리고 뒷 내용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다.


 나는 업로드되는 작품은 예술적이길 원한다. 그 수준은 어디에 놓여있는지 감도 안 잡힐 정도로 낮지만 그럼에도 예술적이길 희망한다. 나는 예술에 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두 가지의 생각을 떠올린다. 하나는 프랑스의 한 문학가 그리고 하나는 다큐멘터리 영화(그중에서 특히 다이렉트 시네마 형식의 영화)


프랑스의 한 문학가가 한 이야기가 생각을 스친다. ‘표현은 사고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 ‘예술 작품은 육체적인 것의 승리를 표현한다.‘ 즉, 이성이 더 이상 납득하지 못할 때 그리고 이성이 더 이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에서 예술 작품은 탄생한다. 인간의 삶에는 너무나도 육체적인 그리고 실제적인 경험인 것이 있다. 이성은 한정된 사고 안에서 그 경험들을 상상해 보려다, 명확한 논리를 가져오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로 승화된다. 그리고 표현된다.


이제 나는 또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싶어 진다.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고, 그 순간을 그저 촬영할 뿐이다. 카메라를 어떤 상징체로 보는지에 관련 없이 다이렉트 시네마 형식의 영화들이 채택하고 있는 그 작품성을 나는 보고 싶어 진다. 그것은 고작 묘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플라톤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사물을 단 한 가지 사물이 아니라 모든 사물에 의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설명함은 그것들을 ‘의식’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가 의식을 위해 하나의 상황에 조명을 비추는 것처럼.


그리하여 나는 대답할 수 있다. 묘사하는 예술이 하고 싶다. 그리고 그건 내가 짓고 있는 소설과 결을 같이 하며, 시는 그 자체로 이미지가 된다. 즉, 묘사된다. 육체적인 승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그것에 가깝게 남김없이 표현한다. 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내 소설이길 바라고, 시이길 바란다. 그리하여 이 글이 올라가는 마지막 수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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