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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Oct 30. 2023

6. 알펠리십이 우리의 구원일까?(1)

신약이 있는데 먹을 수는 없다

KT증후군은 PROS라는 병명으로도 불린다. PROS는 PIK3 CA-Related Overgrowth Syndrome의 약칭이다. KT 증후군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가 바로 PIK3CA 유전자 변이인데, 이 변이로 인해 신체의 일부가 과성장(Overgrowth)하는 질환이라는 뜻이다.

 

불과 몇년 전, 프랑스의 한 젊은 의사의 연구로 인해 노바티스 사에서 만든 유방암 치료제인  알펠리십(Alpelisib)이 KT 증후군 환자에게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사람마다 효과를 보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겉으로의 병변은 물론 통증도 상당 부분 줄여준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서는 식약처 승인을 기다리고 있지만, 일부 중증 환자들에게는 동정적 사용이 가능하다.

 

알펠리십을 투약할 수 있는 필요조건은 바로 PIK3CA 유전자변이가 발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KT 증후군이면 발견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전자 변이 검출 패널의 정확도 문제, 조직검체의 불충분함, 또는  PIK3CA 변이가 아닌 다른 유전자변이가 문제가 되는 경우 등 변수가 많다.


알펠리십의 존재를 알았을 때, 희망의 빛줄기가 우리 가족에게 환하게 비치는 것만 같았다. 록 평생 복용하여야 하는 약이지만,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정도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아이의 두 번째 생일을 끼고 조직검사를 위한 입원 수속을 밟았다.


직검사는 병변이 뚜렷한 곳 - 아이의 경우 엉덩이와 허벅지 두 군데- 을 1cm 도의 두께로 펀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말 그대로 살점을 뜯어내는 셈이다. 터가 생기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한껏 기대를 품은 채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석 달쯤 후, 병원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조직검사 결과, PIK3CA 유전자 변이는 미검출 되었습니다.


아이의 조직은 다시 PIK3CA 유전자 변이가 아닌 다른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검사하는 광범위 유전자 변이 검사에 들어갔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페이스북의 세계 환우회 모임에 따르면, 몇몇 국가들에서는 KT 증후군으로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바로 알펠리십을 처방해준다고도 한다. 알펠리십으로 다양한 환자들에게 임상실험한 프랑스의 의사는 몇몇 다른 연관 유전자 변이에도 알펠리십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그 어떤 것도 우리에게는 확실하지 않다. 아이의 질병에 특효약이 있는 것인지, 앞으로 개발될 것인지, 있다 하더라도 우리 아이가 복용할 수는 있는 것인지.


우리 가족은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대부분 행복하지만, 여전히 안갯속을 걷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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