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향한 우리의 이야기, 그 시작
2010년 4월부터 2023년 7월인 현재까지 꾸준히 음원을 내는 뮤지션이 있습니다. 이제는 세어보기도 힘든, 수많은 곡들을 매달 내는 뮤지션, 초등학교 때부터 감성을 적셔주던 그를 보며 '참 대단하다!"생각했었습니다. 저렇게 매달 내는 것은 돈이 있어서겠지? 하며 부러움 반 심통 반 섞어 담아놓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의 문화원에서 기획하는 문학가와 함께 하는 북콘서트에 음악팀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첫 문학가로는 공광규 시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획자이신 문화공간 빈빈의 미학박사 김종희 선생님과 만나서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연주단체 참스를 떠올려준 것이 감사하고 또 그 감사에 보답하는 것은 남다른 음악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도 시킨 사람이 없지만 혼자 곡을 썼습니다. 시집 <금강산>을 들추어가며 내게 영감을 주는 시를 찾아 곡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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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북콘서트 날.
공광규 시인님의 이야기와 시.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 자리. 나름의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곡을 바리톤 한정현 선생님의 음색으로 불러드렸습니다. 뜨거운 반응과 쏟아지는 박수갈채. 그런 건 없더라고요. 음악에 대한 반응은 놀랄 만큼 심드렁했습니다. 예상치 못했지만 굴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공감을 중시하는 음악을 하고 싶은 팀이었기에 공감을 주지 못했다면 더 노력해야지 하며 마무리하게 됩니다.
음악만 놓고 보면 그저 그랬던 그 공연은 공광규 시인의 스토리를 들으며 '당장 내 집 앞의 꽃이름부터 알아야 할'시인의 자세에 대해 배웁니다. 음악가는 음악으로 시를 보여주어야 하지 하며 그 메시지를 가슴에 새겨봅니다. 또 통일이라는 것에 사명감을 느끼는 시인의 모습에 뜻 모를 존경심도 가졌었죠.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북콘서트가 또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번에는 고두현 시인님이라고 하셨습니다. 남해 출신의 시인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첫 북콘서트의 감동이 남아있었기에 기꺼이 같이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제법 넉넉한 시간을 받아 다시 시집을 샀습니다. 샛노란 유자가 있는 표지마저 상큼한 자극이 되었던가요. 몇 장 넘기지 않고 <천년을 하루같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를 읽고 곡을 써야지 하고 곡을 쓴 지 1-2시간 지났을까요?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2시간은 절대 넘지 않았다는 건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너무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가 멜로디를 품고 있었달까요? 저는 모차르트도 베토벤도 아니고 그냥 아직도 작곡조무래기에 불과한데 말이지요. (부끄럽지만 2023년 7월 기준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만큼 시가 품고 있는 힘이 내게 크게 와닿다는 말입니다. 돌이켜 보니 나란 사람은 그래도 중학교, 고등학교 때 미래사의 시집을 수십 권 사모으던 사람이었던걸 기억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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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준비...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첫 번째보다는 잘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6월 26일에 시인님의 북콘서트가 시작되고 연주를 떠나 이미 저는 시인님에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소탈함과 진솔함이 가득했고 고생이라고는 안 해봤을 것 같은 프랑스 특파원 출신의 시인님의 과거 이야기가 여느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리고 노래. 시인님의 표정이 가식이었든 아니었든 그 순간 저는 분명 공감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노래가 시작이 되고, 시인님의 표정을 훔쳐보았을 때의 그 찰나는 '아 이래서 내가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구나!'하고 생각할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뒤늦게 찾아보니 고시인님의 노래는 이미 엄청 노래화 되어있기도 했어서 성의를 보여준 음악팀에 대한 예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노래가 어떻게 작곡되었는지 아는 나는 분명 공감의 조각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종희 박사님과 고두현 시인님과 함께 한 뒤풀이. 광안리 바다를 앞에 두고 맥주를 마시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집을 열심히 보고 또 보던 제가 시인님의 시 <늦게 온 소포>가 손짓하는 멜로디를 곡으로 만들며 가사로 사용해도 되냐고 여쭙게 되었습니다.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는 시인님에게 감사해서 그랬는지 그 곡 역시 참 쉽게 써지더군요. 시인님과 나의 공감대인 '바다'덕분이었을까요.
벌써 두 곡. 그러고도 북콘서트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쌓여가는 곡들을 보며 건방진 생각을 하기에 이릅니다. '아 이렇게 하면 월간, 가능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