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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 집들 지붕 위 뾰족한 삼각형의 비밀은?

by 비엔나 보물찾기

할슈타트 마을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집이다. 삼각형 지붕 위 굴뚝, 나무 벽. 나무가 오래돼서 뿜어내는 짙은 갈색 톤. 그리고 나무 울타리.


그런데 할슈타트 마을의 지붕에는 한 가지 특이한 것이 보인다. 여느 관광객이라면 스치고 지나갔을 텐데, '호기심 천국'인 나한테는 눈길을 끄는 것이다.

바로 지붕 위에 뾰족뾰족하게 박아 놓은 삼각형 모향의 철제 구조물이다. 당시에는 '도대체 무얼 하는 물건인고'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름에는 너무도 맑고 좋은 날씨가 연속되나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산악지역이라는 점에서 무언가 눈과 관련이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서치로는 정답을 찾는 게 시간이 걸려 그때는 그대로 무심결에 넘겼다.


그 후 몇 달 지나 비엔나 인근 숲길을 트래킹 하는 와중에 비엔나 남서쪽 지역에 가니 비슷한 구조물이 또 지붕에 얹혀 있는 집을 발견했다. 그제야 제대로 알아보자 싶어 트래킹을 마친 후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비엔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직장 동료(대략 60세가 넘으신 분이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렇게 조사와 질문을 통해서 얻은 답은 이렇다.


처음 생각한 대로 눈과 관련이 있었다. 그 직장동료분의 답은 '지붕의 아발란치를 막기 위해서인 것 같다'라는 답을 주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눈이 많이 오면 지붕에 눈이 많이 쌓이는 데 지붕 모양이 뾰족한 삼각형이다 보니 저 구조물(스토퍼 stopper 라고 하자)이 없다면 눈 쌓인 덩어리가 지붕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이 다칠 수 있으니 그 눈사태(?)를 막기 위해 눈을 지붕에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였다.


우리나라에서 처마 밑에 고드름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다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일 것이다.


또 하나의 설명은 겨우내 스토퍼로 인해 눈이 지붕 위에 쌓여 있으면 그 자체가 보온효과가 있어 오히려 집을 따뜻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붕 위에 눈을 덮여 마치 담요처럼 쓰는 것이리라.


그 후로 노르웨이 지역에서도 지나가다 본 듯한데, 유럽에서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집을 지나칠 기회가 있다면 지붕을 한번 유심히 보면 유럽 여행의 또 다른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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