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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선 아메리카노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 있다?

by 비엔나 보물찾기

Verlängerter

비엔나커피는 워낙 유명하다. 그런데 또 비엔나커피는 없다고도 한다.

비엔나커피는 없는데 어떻게 유명해 진건가?


간단하게 모범답안(?)만 알려준다면, 비엔나커피라는 이름은 없고 실제 비엔나를 대표하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듬뿍 넣은 멜랑쥐(Melange)나 에스프레소 위에 크림을 잔뜩 얹은 아인슈패너(Einspaenner) 다.


그런데 커피 메뉴를 보면 특이한 커피가 하나 눈에 띈다.

에스프레소, 더블 에스프레소, 멜랑쥐와 카푸치노가 있는데, 그 사이에 페어랭게터(Verlängerter)라는 커피가 눈에 띈다.


오늘의 커피 얘기는 페어랭게터이다.


페어랭게터, VERLÄNGERTER

어떤 사람은 펠랑게터, 펠랑게테 등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페어랭게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와 같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넣은 커피(an espresso with added hot water)이다.

스타벅스나 어딜 가면 원두를 넣어서 고온 스팀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거기에 뜨거운 물을 추가해서 주는 메뉴와 똑같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아메리카노나 페어랭게터를 마시는 사람을 소위 '커피 미개인' 취급한다고 하지만 터키에서 유럽으로 커피를 전한 비엔나에서는 정작 아메리카노가 있다. 그러니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페어랭게터를 마신다고 커피 미개인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서 어원을 한번 분석해 보자.

lang은 길다라는 의미로 영어로 long과 같다. 여기에 '보다 더 긴'이라는 비교급으로 만들면 länger가 된다. 그런 다음 이를 '더 길게 하다'는 동사로 변경하면 verlängern이다. 이를 과거분사형으로 만들면 verlängert가 된다. '더 길어진'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er을 붙이면 Verlängerter가 된다.


즉, 페어렝게터란 '더 길어진 것'이라는 의미고, 영어로 굳이 옮기자면 an extended one이 될 것이다.


그러면 커피에 대입해 보면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부어 더 길게 만들어진 커피가 바로 페어렝게터가 된다. 그러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메리카노와 같아진다.


이제 비엔나에 가면 스타벅스를 가지 않는 이상 로컬 커피숍에서는 당당하게 페어랭게터를 주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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