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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보물찾기 Jul 02. 2024

이탈리아 친퀘테레, 꼭 가봐야 할  마을 Top 2

베르나차(Vernazza): 1등


친퀘 테레(Cinque Terre)는 이탈리아 북서부 해변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5개 마을이다.

호기심 천국인 나는 궁금증 해소 차원에서라도 다섯 개 마을을 훑듯이 다 다녔다. 물론 여행이란 것이 우리나라 스타일로 여기저기 호핑(hopping)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군데 지긋이 오래 머물며 봐야 한다고 한다면 나는 친퀘 테레를 ‘여행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하루에 다섯 마을의 엑기스를 보며 감상하는 것도 여행이라면 제대로 여행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다섯 마을을 다 가보긴 쉽지 않다. 나는 혼자라 몸이 가볍고 천성이 게으르진 않아 다 가보았지만 말이다.


뒤에 갈 사람들이 여행계획 짜면서 다섯 마을 중 어디를 갈까 골라야 한다면 난 단연코 베르나차를 제일 먼저 추천하고 싶다. 다음으로는 마나롤라. 피렌체에서 출발하든 밀라노에서 출발하든 두 개 마을 정도면 당일치기로 다녀올만 하다.


친퀘테레의 건물들은 다섯 마을이 다 비슷하지만, 마을마다 특색이 있는데 베르나차의 특색은 자그마한 항구다. 방파제로 둘러싸인 항구. 그 지중해의 맑은 물 안에서 헤엄치는 사람들, 물가 바위 위에서 선탠하는 사람들,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보트, 멀리서 오는 페리,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건물. 그 원형의 배치가 주는 아늑함과 편안함이라면 친퀘테레 마을 5개 중 단연 으뜸이라 할만 하다.


베르나차역에 내려서 항구 쪽으로 걸어가며 만난 젤라또 가게.

이탈리아에서는 1일 1젤라또 한다는데, 어김없이 멈춰서서 비스켓 얹어주는 젤라또를 하나 주문했다. 나름 유명한 젤라또 가게라 한다. Gelateria Vernazza. 나름 구글 평점 4.2나 되는 맛집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이 깔끔해서 좋다. 젤라또는 먹을 땐 좋으나 먹고나면 텁텁하고 물이 캥긴다.


젤라또를 들고는 가게 앞 벤치에 앉아 마을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상한다. 무슨 동물원에 온 아이처럼.

해가 좋아서 빨래를 창문 밖 난간에 널어 말리는 모습이 올드해 보이지만, 이 정도의 마을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생활의 진리일 것 같다.


젤라또를 다 먹고 항구로 가는 길에 마을 구석구석을 탐방해 본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쓰러지지 말라고 설치한 지지대도 보이고, 동네 큰 길이 아니라 골목길이어서 미처 색을 칠하지 못해 벗겨진 벽. 돌 계단. 대도시의 삐까번쩍한 마천루를 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그대로 있는 이런 소박한 동네 마을 어귀를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 한 가운데엔 어김없이 성당이 있다.  사암으로 지어서인지 오래된 돌은 검은 색으로 변색됐고, 새로 갈아끼거나 세척한 돌은 미색으로 빛난다. 검은색 변색은 그 만큼의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항구로 가는 길에 적힌 이정표.

항구를 내려다 보는 뷰를 보러 가는 길이라 계단이 있는 언덕길이다. 길 폭이 좁지만 마치 보물을 찾으러 미로를 헤쳐가는 느낌이 좋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스니프와 스컬이 새로운 치즈 덩이를 찾으러 가는 것 처럼 말이다.


베르나차 항구 위에는 아마 예전에 망루로 쓰였을 법한 성이 하나 있다. 도리아 성(Catello Doria). 그 성에서 보면 베르나차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사진과 반대 방향의 뷰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고 사진을 찍는 것은 국룰 중 하나인가 보다.


야자수 나무 같이 보이는 나무 기둥과 깎아지른 해안가, 맑은 지중해 바다. 그 위에 마르게리타 피자를 연상케 하는 이탈리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다.



도리아성 망루다. 들어가는 입구와 오른쪽에 망을 봤을 법한 조그만 구멍이 있는 걸로 봐선 적들의 침입을 미리 파악하려는 용도로 쓰였을 것 같다.


베르나차를 한 바퀴 휘 돌고는 항구에 있는 맥주 가게에 자리를 잡고는 이탈리아 로컬 맥주 모레티를 주문했다. 한참 더위를 뚫고 걷다가 목을 축일 수 있는 맥주 한잔의 여유. 보는 것 만큼이나 입과 혀를 즐겁게 하는 것. 맛난 걸 먹고 좋은 걸 마시는 것. 그것도 여행의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3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베르나차를 걸을 때의 그 동선과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모레티 맥주의 목넘김 마저도.


그렇게 베르나차 구경을 마치고 다음 마을을 향해 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본 베르나차의 전경이다.



마나롤라(Manarola): 2등


난 친퀘테레 마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리오 마지오레부터 시작했으니 순서상으로도 두번째 마을이었는데, 가보고 싶은 순위로도 마나롤라는 2등이다.

: 2드

해변 마을을 이동하는 것은 로컬 기차인데, 해안가 지형이 들쑥날쑥이라 터널을 뚫었다. 그 터널 사이로 가는 기차. 그조차도 로맨틱하다.


코르닐리아가 기차역 기준으로 아주 높이 있는 언덕 마을이라면 반대로 마나롤라는 기차역 기준으로 낮은 위치에 있어 걷기가 편하다. 기차역에 내리면 마을의 중심 도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을 따라 양쪽으로 가게들과 그 위로는 언덕에 층층이 지은 집들이 늘어서 있다.


베르나차에 비해서는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은지 건물에 각 집들마다 난간이 설치돼 있다. 베르나차에서는 빨래를 널 수 있는 빨래건조대가 주였는데 말이다. 가운데 초록색 집 지붕 바로 아래는 사람의 얼굴을 한 태양이 해바라기 처럼 보인다. 왠지 ‘오 솔레 미오’를 불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을 지나면 해안가에 설치된 길이 있다. 멀리 있어 보이지만 저 길은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 그 이유는 마을 전경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면서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한다. 어느 뷰와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어야 마나롤라에서의 인생컷을 찍을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나롤라를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이미지 검색해 보면 항상 나오는 대표 사진이다. 저 사진이야 말로 인생컷 중 하나가 될 법한 뷰를 가진 사진이다.

마나롤라에서 숙박을 하는 여행자들은 야경뷰를 찍기도 하는데 환한 대낮에 찍는 것 이상으로 멋진 인생 사진이 될 것 같다. 이 쯤 되면 마나롤라를 꼭 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해 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출처: 구글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해안가 얕은 물의 색의 영롱함은 비할 데가 없다.


마을 종탑이다. 종은 그 옛날 사람들에게 시간도 알려주는 역할을 했을 법하다.


유럽 마을은 성당을 빼 놓고는 논할 수 조차 없다. 그 성당에 어김없이 들어가 초를 밝혔다.

그 누군가의 마음의 편안함과 물질적 풍요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마나롤라는 그대로 인생컷만 찍고 가기엔 아쉬움이 있어 마을을 지나 뒷산으로 올라본다. 원래는 뒷산에 친퀘테레 하이킹 길이 있다. 친퀘테레 카드를 사거나 따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그 하이킹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올랐다 내려왔다.

그 뒷산 언덕에서 보는 뷰도 인생컷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적이다.


언덕에서 지중해 바다를 찍은 사진은 지금보니 아말피 해안 포지타노 뷰포인트에서 마을과 지중해를 찍은 사진과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그렇게 마나롤라 마을 구경을 마치고는 또 기차에 올라 다음 마을로 간다.


난 어지간하면 여행지에서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사지 않는데 친퀘테레에선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기념 샷. 그만큼 인상적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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