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의 기억
드레스덴은 나에게는 여러 기억들과 얽혀 있다.
하나는 아주 초임시절 드레스덴 공대가 공학 기술이 발달해 있어서 기술협력 대상 해외 대학으로 고려되면서 드레스덴이라는 명칭이 눈에 들어왔다.
그 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공대에 가서 '통일 대박'을 주창하면서 다시 한번 드레스덴과 드레스덴 공대가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작 나를 드레스덴으로 이끈 것은 따로 있었으니, 다름 아닌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 그림 속에 아기천사들이다. 로마 바티칸 투어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기념품 가게에서 본 장난기 많고 해맑은 아기 천사들의 모습. 그 아기천사들을 직관하러 드레스덴으로 간다.
드레스덴은 아주 작은 도시다. 한나절이면 걸어서 주요 관광 포인트들을 다 가 볼 수 있는 곳.
보통은 베를린으로 가서 베를린에서 한 시간 여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딱 맞을 곳이다.
옛날 동독이라 그런지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은데, 아무래도 사암으로 지은 건물들이 관리되지 않은 채 까맣게 그을린 모습으로 남아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혹시 이 글을 보고 나서 드레스덴으로 잠시 여행 갈 분들은 위해 베를린에서 만났던 가이드께서 쓴 책에 소개된 내용을 남겨둔다. 그 가이드 분은 코로나 시절에 여행객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나 혼자만을 위해 기꺼이 가이드를 해 주신 고마운 분이다. 공공미술 전공으로 베를린에 계셨다고 하는데 지금도 잘 지내시길.
내가 드레스덴을 가게 된 계기는 프라하를 목적지로 가다가 프라하에서 기차로 2시간 반 정도 걸리길래 프라하에 내리지 않고 그 길로 드레스덴으로 직행한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그 라파엘로 그림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 것도 이유라면 이유다.
중앙역에 내려서 일단 숙소에 체크인하러 간다. 가는 길에 맑은 하늘과 분수형 조각이 반겨준다. 역에서 약 20분 정도 걸으면 구 중심가로 갈 수 있는데 굳이 버스를 타지 않아도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 온 것 같다.
내가 묵은 이비스.
방 키를 받았는데, 볼 때마다 유럽인들이 숫자 쓰는 방식은 낯설다.
4113호 방번호는 103095. 우리나라에서 쓰는 대로 7을 쓰면 이 분들은 1로 이해한다. 실제 적는 방식을 보면 그럴 법도 하다.
9와 5 쓰는 법이 독특하다.
체크인을 마치고 구 시가지로 들어가는 길에 본 건물. 아마 쯔빙어 궁전의 일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사암으로 만든 미색 (아니 사암이니 모래색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벽돌로 쌓았지만 주기적으로 닦아주지 않아서 검게 변한 건물. 그래서 도시 전체가 약간 어두운 느낌일 지도.
고딕양식의 첨탑인데, 마찬가지로 사암의 흔적을 찾아보기는커녕 처음부터 저렇게 검게 만든 것 같이 검다.
쯔빙어 궁전 난간에서 본 시청사다. 시청사 꼭대기도 검다.
쯔빙어 궁전이다. 비엔나의 오페라 하우스처럼 웅장함이 있으면서도 꼭대기의 연초록색 지붕이 특이하다. 저런 걸 바로크 양식이라고 하나. 미술엔 조예가 깊지 않아 바로크, 로코코 등등의 용어에 여전히 익숙지 않다.
쯔빙어 궁전에 있는 미술관이다. 여기에 내가 보고 싶어 하던 라파엘로의 성모 마리아 그림이 있다. 이 날은 비엔나에서 새벽부터 서둘렀어도 7시간 기차를 타고 오니 이미 늦어서 그림 감상은 다음 날로.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 드레스덴 도시의 느낌만큼이나 작고 아담하다.
건축가 고트프리드 젬퍼의 이름을 다서 젬퍼 오퍼라고 부른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적인 건축물 100위에도 들어간다고 하니 찬찬히 감상해도 좋을 일이다.
드레스덴 시청사와 호프 교회. 호프교회는 드레스덴 대성당의 다른 이름이다.
호프 교회.
드레스덴의 랜드마크다. 1739년에서 1751년까지 약 12년 동안 지은 바로크 양식의 교회이다. 이 교회는 각 층마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 성인 38명의 조각상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사진을 보면 각 층 난간에 조각상들이 줄을 서 있다. 마치 교회를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서고 있는 초병들처럼.
그다음은 레지덴츠 궁전.
호프 교회와 붙어 있다 못해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 속을 거닐어 본다. 여기가 사실 가장 구시가지의 중심가다.
카몬다스라는 초콜릿 가게 겸 박물관이 있다. 시간이 없어 들어가 보진 않고 초콜릿 아이스크림 바를 하나 사 들었다. 별미다.
궁전 안 어느 건물. 회랑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섬세한 조각들이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 이유로 반도체 공정을 보면 그 모든 공정들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난 문과인가 보다.
드레스덴의 포인트. 군주의 행렬
군주의 행렬은 베틴 가문의 역대 영주들을 그린 벽화이다.
군주의 행렬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589년. 벽화다 보니 오랜 시간 바래고 상하자 이후 복원을 하게 된다. 1907년 보수 당시 사용된 것이 마이센의 도자기 타일이다. 총 2만 5천 개의 마이센 타일을 사용했다고 한다.
세계 3대 도자기라고 하는 마이센 도자기 타일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감동받을 일이지 않을까.
길이가 약 102미터. 워낙 길어 사진 한 장에 다 담을 수도 없어서 영상으로도 담아둔다.
그리고는 또 소요하면서 구시가지 곳곳을 느껴본다. 그리고 엘베강도 한번 내려다본다. 드레스덴이다.
프라우엔 교회다.
루터 교회라 그런지 교회 앞에 루터 동상이 있다.
2차 대전 중에 연합군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가 나중에 복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이 여느 드레스덴 건물처럼 검지 않고 밝은 모래색이다.
드레스덴 폭격 당시 교회 건물 일부를 그대로 전시해 둔 것이다. 벽면에 붙어 있는 안내 글귀를 구글 번역기 통해 돌려본 내용이다.
프라우엔 교회를 배경으로 광장 한편 가게에 앉아 맥주 한잔 청해 본다.
저녁이 되어 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가 다시 나왔다.
좀 쉴 법도 하지만 그래도 도시는 야경을 보는 것이 또 멋이라 굳이 지친 몸을 끌고 나왔다.
트램은 노란색이다. 독일이라 그런가 독일 도자기 중 빌레로이 보흐의 명화 시리즈가 있는데 그 노란색이 연상된다.
어느 길에 있던 소품 가게다. 조명에 비추인 소품들이 갖고 싶은 마음을 자극한다.
군주의 행렬도 다시 본다.
엘베 강 건너편이다. 조명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어둡다.
그렇게 나의 드레스덴 하루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