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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천사 만나러 드레스덴 간 썰

by 비엔나 보물찾기

드레스덴 이틀째.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조금 과하게 아침 조식을 담아왔나 보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비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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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동독의 신호등. 암펠만(Ampel Mann)이다.

과거 동독에 전력이 부족할 때 가장 넓은 면적으로 신호를 보여줄 수 있는 신호등을 설계하면서 만든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독일 신호등의 역사적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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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빙어 궁전으로 다시 왔다.

전날 보다 날도 맑고 오전이라 그런지 바로크 양식의 천장에 황금빛 장식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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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레스덴을 가야지 하게 된 계기가 된 그림.


로마 판테온에 묻혀 있는 천재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그림. 성모 마리아와 아기천사 그림이다. 정확한 명칭은 '시스티나 성모'라고 하며 1512년 작품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 그림의 첫 번째 특징은 성모 마리아다. 다른 성모 마리아 그림들은 다 성모 마리아가 눈을 지그시 아래를 보고 얼굴을 숙이거나 무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그림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의 성모 마리아는 아주 당당하고 당차다. 어린 아기예수가 겪을 운명인 그 험난한 여정들을 내가 곁에서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성모 마리아의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기에 느껴지는 의지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발 내딛는 모습에서 이제 막 휘장 뒤에서 걸어 나오는 듯한 현장감도 느껴진다.


그리고 상당 좌우에 있는 초록색의 커튼은 막 무대가 시작될 때 걷히는 휘장처럼 주인공 성모 마리아와 그에 안긴 아기 예수의 등장을 알리는 듯하다. 그리고 두 모자는 구름을 밟고 서 있는 만큼 성스러움이 더 돋보인다.


성모 마리아의 표정과 눈빛에서 그 무엇도 다 감내하고 돌파할 수 있다는 강인한 엄마의 의지가 읽힌다.

그렇지만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다. 아마 후에 아들이 겪을 수난을 이미 꿰뚫고 있는 것 같다.


왼쪽에 성모 마리아를 올려다보면서 오른쪽, 즉 앞쪽을 가리키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당시 교황이라고 한다.

그는 교황 권위의 상징인 삼중관을 내려놓고 한 손은 가슴에, 다른 한 손은 무언가를 가리킨다.

그 교황은 커튼을 젖히고 나타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모자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알려주고 있다.


오른쪽 여자는 성녀 바르바라. 그녀가 바바라임을 알 수 있는 근거는 그녀 뒤 커튼이 끝나는 지점에 성(castle)이 있다. 성이 그가 바바라임을 알려주는 도상이다. 그녀는 가톨릭으로 개종해 아버지의 분노를 사서 결국 탑에 갇혀 죽음을 당했기 때문에 그녀의 도상은 성이다.


그리고 커튼 주변을 보면 수많은 유령 같은 얼굴들이 보인다. 아마도 아기 예수에게 다가올 고난과 죽음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작품의 구도이다. 전체적으로 삼각형 구도하에서 그러져 작품이 안정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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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특징은 아래 두 아기천사다. 이 아기 천사들은 워낙 유명세를 타서 우리나라 커피 엔젤리너스 로고로 채택된다. 이 둘은 너무도 천진난만하다. 턱을 괴고 위를 올려다보면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에게 일어난, 일어날 일에는 마치 관심이 없고 따분하다는 듯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는 호기심 어린 표정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비장하고 장엄한 그림 속에서 이들의 표정은 너무도 대비된다.


그래서 작품의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결국 이 둘이 나를 로마에서 드레스덴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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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988_52637_3224 (3).jpg *출처: 구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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