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바티칸에서 독일 드레스덴까지 가서 아기천사를 영접한 이야기
로마에 갔을 때 이야기이다.
바티칸 가이드 투어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에 베드로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스타까지 감상한 이후에 당연히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던 참이었다.
보통은 기념품 가게의 그림엽서는 내가 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본 작품들을 복습하거나 혹 놓친 것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눈길을 주는 버릇이 있다. 그런데 그날은 기념엽서를 보려고 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 그림엽서에 눈길이 갔다.
너무 천연덕스럽고 천진난만하며 귀여운 아기 천사 둘을 보게 된 순간이었다. 아기천사를 만난 이후로 내가 새로 종교를 가지게 되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처음에는 누구의 그림인지도 몰랐고, 어느 그림의 일부라는 생각도 못한 채로 그 엽서 앞에 잠깐 걸음을 멈추고 아기천사들의 표정, 눈빛, 자세를 세세하게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가족들도 같이 있고 다음 또 일반적인 한국인 여행객의 여행 패턴을 따라 그다음 일정이 있어서 일단 지나쳤다.
그 이후로 계속 그 두 명의 아기천사가 눈에 아른거려 호텔에 돌아오자마자 폭풍 인터넷 검색을 해서 결국 누구의 그림인지, 어디에 소장돼 있는지를 찾아냈다.
요절한 르네상스의 거장이면서 지금은 로마 한가운데 판테온에 잠들어 있는 라파엘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모’라는 그림이고, 지금은 드레스덴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시스티나 성모’는 전체 그림 자체가 화제의 대상이다. 성모 마리아가 이전의 르네상스 그림들 속에서는 다소곳하고 시선을 아래로 깔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면, 이 그림에서는 아기 예수를 안고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면서 아기 예수에게 예비된 앞으로의 험난한 날들을 함께 헤쳐가겠다는 강한 어머니의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 특정이며, 다만 성모 마리아의 얼굴 표정은 앞날을 걱정하는 현실의 어머니로서의 걱정과 근심, 비애를 잘 표현한 그림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 그림의 첫인상은 성모 마리아가 아니라 단연코 아기천사들이다. 성모 마리아와 교황, 성녀 바르바라 셋이서 ‘저 위에서 뭐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눈망울과 표정, 턱을 괴고 있는 손동작에 그대로 녹아있는 점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른쪽 아기천사의 표정은 지금 상황이 이해도 안 되고 너무 지루해하는 표정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우리나라 엔젤리너스 커피 로고에도 이 아기천사가 모델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 해. 드레스덴으로 갔다. 드레스덴에서 두 아기천사와 성모 마리아를 영접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렇게 라파엘로와 그의 그림 한 점은 내 기억과 내 브런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