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로 유명한 렐루 서점 근처에는 76미터의 높이를 자랑하는 종탑이 있는 성당이 하나 있다. 클레리구스 성당(Torre dos Clerigos).
포르투의 상징이기도 한 성당으로 1750년대에 완공된 대표적인 바로크 양식 건축의 걸작인데, 사실 성당보다는 종탑 때문에 찾았다.
그 성당의 종탑은 대표적인 포르토 전경 맛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떠 가파른 240개의 계단을 오른다.
클레리구스 성당에 대한 여행기들은 여행 블로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있으니 생략.
성당 내부도 인상적이었는데, 유럽의 성당을 워낙 많이 다닌 터라 볼 때는 우와하는 마음과 성당에서의 경건한 마음을 가졌지만, 막상 돌아서 나오면 또 하나의 유럽 성당을 봤구나 하는 기억만 남는다.
클레리구스 종탑에서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유럽의 빨간 지붕이다.
종탑에 오르면 포르토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눈에 들어온다. 아이폰에 파노라마 모드를 켜고 뺑 둘러 찍어도 절대 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그 풍경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은 단연코 빨간 지붕이다.
그 빨간 지붕은 유럽에서는 익숙하다. 너무 성급한 일반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망대 어디를 가서 보더라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으레 빨간 지붕의 물결이 보인다.
멀리 야트막한 산이 지평선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정작 나의 한 치 앞에 보이는 것은 옹기종기 모인 빨간 지붕들의 속삭임.
그 빨간, 아니 정확하게는 짙은 주황에 가까운 파스텔톤의 색감이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유럽 지붕은 왜 저렇게 붉을까?
이론적으로는 유럽의 붉은 지붕의 색은 주로 점토(테라코타) 기와에 포함된 철(Fe₂O₃) 성분이 산화되면서 오렌지 내지는 적갈색으로 변하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색이다.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와 같이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 지역이나 체코 등 중부, 동부, 남부 유럽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내구성이 좋아 널리 사용된 전통 건축 양식이다.
특히 두브로브니크 같은 경우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 색과 대조되면서 아주 로맨틱한 느낌을 줘서 도시 자체가 더 고풍스럽고 멋스럽게 보이게 한다.
실제로 성벽 투어를 하면서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한 바퀴 돌면 그 성벽 안쪽으로 형성된 마을은 온통 적갈색의 물결로 뒤덮여 있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다시 클레리구스 종탑으로 돌아오면,
나는 전망대, 특히 야경 전망대면 가급적 빼놓지 않고 들러 보는 형인데
클레리구스 전망대는 포르토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이국적이면서도 약간은 한때를 호령하다 이제는 변방으로 살짝 밀려나 안빈낙도하는 선인의 느낌이 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티켓 가격도 6유로 정도로 저렴하니, 포르토에 들리면 잠깐은 짬을 내어 탁 트인 전경 안에서 펼쳐지는 빨간 지붕의 물결과 도우루 강.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포르투갈의 역사와 삶을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