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을 하며 체중이 10kg 이상 급격하게 불어서 시작하게 된 운동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PT 수업을 들으면서 그날 배운 내용을 기억하고 스스로 해 보가 위해 매일매일 블로그에 적었던 운동기록이 500건을 넘었다. SNS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11자 복근은 없지만, 운동을 하면서 생긴 손바닥 굳은살과 꼿꼿한 허리, 잘 펴진 어깨가 마음에 든다.
내가 2년 가까이하고 있는 운동은 크로스핏이다. PT비용은 부담스러웠고, 기구들로 꽉 차 있는 헬스장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우연히 방문한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1회 무료체험을 해보고 홀린 듯 등록하게 되었다. 크로스핏은 심폐, 지구력, 근력을 모두 사용하는 전신 복합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바로 역도를 배울 수 있다는 점! 역도뿐만 아니라 체조 동작도 배우게 되는데 턱걸이는 기본이고, 가슴이 높은 바에 닿아야 하는 체스트 투 바 (Chest to bar)나 높은 바 위로 올라가는 (Bar mursle up) 동작이 있다.
크로스핏을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은 동작이 많아졌고, 동작이 익숙해질수록 내 몸은 크고 단단하게 변해갔다.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운동 후 화난? 근육들도 좋았고, 땀 흘리고 상쾌한 기분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팔 근육 변화과정을 올린 운동기록 포스팅에 댓글이 달렸다.
'남자가 되시려는 건가요...'
얼굴을 안 봤으면 남자인 줄 알았다며 그는 근육을 가진 여성은 생전 처음 본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강한 남자를 만나보지 못해서 생긴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답을 이어갔다.
종종 올리는 운동 영상에는 '남자가봐도 인정'이라던가, '일반 남자랑 허벅지 씨름해도 이길 것 같아요' 같은 댓글이 보인다. 그들은 내가 인정해줘서 감사하다거나, 겸손하게 '그렇지 않다' 고 반응하길 원했던 걸까?
분명 칭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과거보다 발전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6개월 전에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턱걸이 3번을 가볍게 성공하고, 3개월 전에는 들지 못했던 80kg 무게를 가뿐하게 들고 싶을 뿐. 운동 목적이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것이다. 내 한계치를 뛰어넘고 또 새로운 한계에 부딪치고 이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