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일단은 'NO'이다. 하고 싶은 게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에게 양보를 해야 할 시간이다 싱글대디로 살면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혹 취미 육아를 모두 병행하시는 분들도 보이긴 하는데 그런 분들은 아이들이 좀 크거나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아니면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하셔서 일을 안 해도 살만 하시던가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 같은데?
나도 아이가 많이 도와주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미취학 아동이다 보니 내 손이 더 많이 필요할 나이이다, 내 취미라고 하면 낚시도 수영도 좀 할 줄 알고, 볼링도 치고, 글 쓰거나, 책 읽거나, 드라마나 영화감상, 등이 있지만 지금은 그냥 아이랑 같이 책 한 권을 나눠서 읽거나 같이 어린이용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취미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 조용히 일어나 컴퓨터로 저녁에 30분씩 글 쓰는 것도 취미라면 취미 겠다
가끔 이런 일상들이 재미가 없을 때가 있다, 아이를 보고 있는 게 행복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뭔가를 하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게 뭔가 아쉬울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을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종종 삶은 타고 있는 초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멈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초, 타고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야 하는 것,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 같아도 다들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 살아가고 있다 나도 역시 그렇다, 일찍 그 의미를 찾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런 모두를 존중하고 싶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수만큼 삶이라는 게 다 다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삶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최소한의 기준이라 생각한다
우울증이 한참 심했을 때는 사실 하루를 버티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 나의 실직이 길어질 때 실업급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는 여기서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었다, 하지만 아이를 보면서 내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편하고자 내 아이의 인생을 안쓰럽고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고 프린트해서 아이가 쓰는 보드에 붙였다 2월쯤에 붙여놨고 여전히 힘들 때마다 다시 한번 보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2월에 써놓은 건데 아직도 날마다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무조건 적으로 내 삶의 의미가 아이라는 뜻이 아니다, 내 삶의 의미 중의 하나가 내 아이가 되었을 뿐이다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아빠지만 그로 인해서 아이가 소외되게 하고 싶지 않다, 분명 아이가 좀 더 크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될 때쯤이면 내가 아이에게 소외를 느끼지 않게 해 주려고 옆에 있어줬던 만큼 아빠를 보듬어 주진 않을 테고 그 덕분에 내가 조금 서운해질걸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은 최대한 적게 해주고 싶다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친구 같고, 부모 자식 간에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은 해보려고 한다, 후에 우리 공주가 아빠가 이혼을 해서 엄마랑 같이 안 살았었지만 그래도 엄마의 빈자리가 잘 느껴지지 않았어, 아빠도 힘들었지? 고마워라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이것 역시 내 욕심일 테지만 말이다, 지금도 생각이 너무 내 중심적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내 삶이지만 나 혼자만의 삶은 아니기에 아이랑 보내는 이 시간도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무조건적으로 해결해 주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방법을 알려준다 다만 걱정이 내가 알려주는 것만이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100% 맞는 방법이라고 자신할 수가 없다 아마도 더 좋은 방법도 있을 텐데 그런 것 역시 아이 스스로도 한번 생각해 보려면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공주님은 지금도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아이는 서툴고, 조금은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들에 대해서 혼자 많은 생각을 해보고 조절하고 사과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거짓말의 무서움도 좀 알았으면 좋겠다 한 순간을 넘기기 위해서 한 거짓말은 수많은 시간을 거짓말로 지켜야 될지도 모르니까
"공주님 공주님은 꿈이 뭐예요?"
"저는 하늘을 나는 꿈 꾸고 싶어요..."
"아니 ㅋㅋ 잠자면 드는 꿈 말고 커서 하고 싶은 거요."
언젠가 잠자리에 누워서 아이 손을 잡고 물어본다
"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어렸을 때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과학자가 뭐예요?"
"그거 있잖아요 유리병들고 휘적휘적해서 뭔가 발명하는 사람."
(왜 과학자들 이미지에는 항상 플라스크를 들고 고글을 쓰고 전구가 번쩍이는 걸까?)
"아!"
"근대 과학자 되는 게 되게 어렵더라고요, 공주님도 한번 잘 생각해봐요 해보고 싶은 것 있으면 아빠한테 말해요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요."
어린아이에게 꿈이라고 물어보긴 했었지만 저게 꿈일까? 직업일까? 나도 모르게 아이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놓고 꿈이라고 말해 버린 건 아닐까 싶었다 아이 말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게 꿈 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도 분명 저런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커버리고 난 후에 또 아이에게 배운다 한편으론 대견하고 생각의 틀이 정해져 있지 않는 저 자유로움이 부럽기도 하다 너무 일찍 삶의 의미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빠를 삶의 의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처럼 적당한 시기에 본인만의 의미를 찾고 거기에 다다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막히고 힘들어도 천천히 한 발씩 디딜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