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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r 25.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36)

월요일이 싫은 공주님(feat. 아빠도)

아빠도 월요일이 싫지만 공주도 월요일이 싫은가 보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들려오는 공주의 끙끙 앓는 소리에 아빠도 덩달아 피곤해진다


"공주 얼른 학교 가야지, 친구들 기다리겠다 언제 오냐고 전화 오고."


"학교 가기 싫어요."


"아빠도 어렸을 땐 그랬어 그래도 학교에 가면 좋은 걸 생각해 보면 어떨까?"



친구들에게 설명중


아이를 품에 안고 일으킨다 빵과 우유를 먹이고 찬찬히 준비를 해서 등교를 시작한다, 약속대로 2학년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 등교를 하기 시작했다, 개학하고 며칠은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해주시다가 이제는 완전히 손을 떼셨다 내가 출근하는 길과 아이의 등굣길이 일부 겹쳐 도로에서 아이를 바라보는데 아이는 또 나름 친구들과 깔깔 거리며 등교를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이 된다


며칠 전 학교에서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가져오라는 이야기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내줬더니 아이는 멋진 액자를 하나 만들어왔다 사진을 보면서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는데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홀로 있는 사진이었는데 우리 집만 아빠랑 찍은 사진이라고 좋아했다



마스크를 써도 웃는게 보인다



2학년 선생님께선 이제야 우리 가정이 한부모 가정인걸 알으셨다, 2학년 초에도 전 처에게 아이 관련된 내용을 문자로 보내셨었다 이게 참 아이러니다, 아빠와 엄마 번호가 둘 다 적혀있는데 문자를 보내주는 건 지금 까지 100% 확률로 엄마에게 보낸다



"학기 초에 문자로 내용 보내드렸는데요?"


"문자를 보내셨다고요? 제가 받은 게 없는데요?"


"아... 제가 어머님한테 문자를 보낸 거 같아요."


"1학년때에도 담임선생님께서 그래서 말씀드렸고 2학년때도 똑같네요 혹시 제가 매년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선생님들께 이걸 말씀드려야 할까요?"


"아니에요 아버님 이건 제가 다음 학기 올라갈 때 확실히 전달해서 이런 일 없게 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편견에 대해서 깨닫게 돼버린다, 쉽지 않은 길인걸 알고 걷지만 이런 상황에 기운이 빠지기 마련이다, 


전처에게 연락을 한다



'아이 관련 학교에서 문자 받으면 회신해달라고 분명 이야기했는데 왜 안 해주는 겁니까?'


'스팸인 줄 알았음.'



대화는 이게 끝이다 면접교섭도 하지 않고, 아이 관련돼서 이야기조차 없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월요일 오늘 하루가 너무 긴 것 같다, 아빠도 월요일이 싫다



핸드폰은 먹으면서 안 만지면 좋으련만



퇴근 시간만 기다리다 이윽고 퇴근을 하게 된다 웬일로 공주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오늘은 데리러 오세요."


"아빠 차가 막혀서 좀 늦을 거 같은데 데리러 가요?"


"네 오늘은 기다릴게요."


"알겠어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래도 친구들 없으면 친구들이랑 먼저 가요 혼자 있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아빠도요."



아이의 사랑한다는 애교 섞인 그 한마디에 나는 또 하루의 짜증과 피곤이 다 풀린다 그래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는 거지 그냥 지난 일이라 생각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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