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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pr 16.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41)

봄의 향기

날이 제법 더워졌다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날씨에 에어컨을 시험 가동 해본다 작년에 사람을 불러 청소를 해두고 여름이 끝날 무렵 잘 건조해 커버를 씌워놓은 덕분인지 퀴퀴한 향도 나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나온다 저녁 무렵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 두고 아이와 나란히 앉아 티브이를 보다가 아이 무릎에 살포시 누워본다 아직 쪼그마해서 무겁다고 저리 비키라고 하지만 그래도 그 잠깐의 킥킥거림이 마음을 간질간질거리게 만든다


좋은 일은 어찌도 간간히 오는지 힘들고 눈물 나는 일들은 몰아 오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그래도 사람이 견딜 만큼만 힘든 일이 온데요.'라는 말에 시큰둥하게 '그래도 힘든 일이 아예 안 오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는 내 머리카락을 가지고 논다 어깨까지 길게 내려온 자기의 머리보단 두텁고 거친 아빠의 머리카락은 손가락 사이에서 투박하지만 다른 느낌인가 보다 늦은 밤에는 턱수염이 제법 자라 따가울 텐데도 내 턱아래를 슥슥 문질러 보기도 한다



민들레 꽃을 불어보는 중



"아빠는 수염이 왜 이렇게 빨리 자라요?"


"하루를 열심히 살아서?"


"열심히 살면 수염이 빨리 자라는 거예요?"


"그러지 않을까요?? 사실 아빠도 잘 몰라요."



그 말에 어이가 없는 듯 킥킥 거리는 공주님이었다


열어놓은 베란다로 봄이 가득한 풀내음이 바람과 함께 들어온다 공주가 베란다로 뛰어나가 소리를 친다



"아빠 되게 시원해요!"


"그러게 낮에는 덥더니 또 밤 돼 가니까 시원해 지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저녁에는 문 닫고 잡시다 요즘 미세 먼지도 심하고 하니까 환기될 정도로만 열어 두고."



친구들과 책 읽기



공주와 같이 베란다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별이 몇 개 반짝이는 하늘과 아파트 뒤편에 있는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공주는 밖을 보며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밤양갱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사는 다 모르지만 필만은 충만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번 꼭 안아준다



"공주 나중에 삼촌들이랑 할아버지 앞에서 좀 불러주지 엄청 좋아하실 텐데."


"부끄럽단 말이에요."


"그래도 한 번 생각해 봐요."


"네..."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말없이 밖을 바라본다 아이의 입에서 흥얼거리는 밤양갱 노래를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른다 이제는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가는 중이다 곧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마지막 봄을 잘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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