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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Apr 23.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43)

공주님의 첫 가출(?) -2(완)

https://youtu.be/LrB-fJn-3w4?si=7ixSvKxeTLLwfWJm




'아버님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인가 하여 전화를 받았는데 어머님 쪽에서 뜸을 들이신다


'OO이가 지금 놀이터에 있는데요.'


"놀이터예요? 지금 센터에 있을 시간인데."


'아이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집에 들어가면 아빠한테 혼난다고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여기 있더라고요, 그 내를 타다가 뒤로 넘어져서 머리를 좀 부딪혔는데 얼른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피는 안 나는데 머리가 많이 아픈가 봐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퇴근길에 액셀을 더 밟았다 아파트 단지 뒤쪽 놀이터에서 아이는 정자에 앉아 훌쩍이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를 불렀다



"공주!"


"아빠..."



아이가 힘이 빠진 듯이 축 늘어져 나에게 걸어온다 아까 통화했던 어머니가 오셔서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해 주신다 머리가 멍해져서 듣는 둥 마는 둥 아이 몸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멍이 든 곳도 긁힌 곳도 없이 멀쩡해 보인다 어머니께 챙겨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아이 손을 잡고 집으로 걷기 시작했다 묻고 싶은 것도 야단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참는다



"공주 센터에 왜 안 있고 놀이터에 있었어요."


"핸드폰 잃어버려서 아빠한테 혼날까 봐요."


"집에 안 들어오려고 그랬어요?"


"..."



아이를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잃어버린 아이의 잘못이긴 하나 내가 너무 심하게 몰아붙였나 싶었다 아이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공주 핸드폰을 처음 잃어버린 거라면 문제가 아니야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공주는 그동안 물건을 반복적으로 잃어버렸잖아 그간 아빠가 나서서 찾아주고 다시 사주고 그런데 잃어버린 게 반복된다는 건 실수가 아니야 습관이 된 거지 센터에서 나올 때, 학교에서 나올 때에 가방 한번 다시 봤었으면, 다시 돌아보고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안 했을 실수들인데 다른데 정신 팔려서, 친구들이랑 놀려고, 그냥 돌아서 다시 챙길 시간을 얼렁뚱땅 넘기려고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지 안 그래? 공주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공주가 아빠랑 한 약속 안 지켜줘서 뭐라고 한 거야 너도 아빠가 약속 안 지키면 밉잖아 그래도 공주가 무섭게 느껴졌다면 미안해"



공주를 안아주고 토닥거린다 잘못했던 것은 반복하면 안 된다고 알려준다 아빠는 야단으로 끝나지만 세상은 야단이 끝이 아니라 단절시킬 것이다 품에서 훌쩍이는 아이를 씻기며 너무 길어 버린 앞머리를 잘라준다 다 씻긴 다음에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준다 다쳤다는 뒤통수를 이리저리 보지만 심하게 다치진 않았는지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우느라, 마음 쓰느라 지쳤던지 아이는 머리를 다 말려주자마자 방에 들어가 잠이 들어 버렸다 멍하니 거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가출 아닌 가출을 한 아이는 그곳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훈육도 쉽지 않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일은 세상 모든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빠가 화내고 야단치는 모습에 그렇게 슬퍼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자주 있을 텐데 나는 어떻게 아이에게 알려줘야 할까? 참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문득 20대였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무엇이든 술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던 넘쳤던 자신감은 이제 다 사라지고 거울 속에는 피곤에 절어있는 아저씨가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힘내자 힘내보자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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