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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y 17. 2024

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251)

공주가 태권도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주가 학교에서 만들어온 인형



며칠 전 센터에 전화를 했었다, 공주님이 태권도를 갑자기 그만하고 싶다고 하셔서 무슨 일인가 여쭙고자 태권도에도 전화를 했었고 혹시 센터에 다른 태권도 다니는 친구들도 그만두는 친구들이 있는지 확인차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OO이 아빤데요."


"어머 아버님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요즘 저희 공주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요."


"OO 이는 언제나 밝게 잘 지내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요."


"공부 같은 건 어떤가요?"


"아 그게 곧 잘하긴 하는데 하기까지 시동이 좀 늦게 걸리는 편이에요 ㅎㅎ 그리고 요즘 구구단 배우고 있는데 잘 안돼서 그런지 울어버리고 그런 경우가 좀 있어요."


"ㅎㅎ 요즘도 맘대로 잘 안되면 울고 그런가 보네요."



어린 시절부터 있던 강한 승부욕 때문인지는 몰라도 공주는 종종 뜻대로 되지 않거나 잘 안되면 울거나 포기해 버리는 성향이 보였다, 왠지 모르게 엄마랑 비슷한 성향인 거 같아서 걱정이 좀 된다 내 걱정을 눈치챘는지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원래 요 또래 친구들이 좀 그런 편이에요 그리고 작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들었고요."


"그나마 다행이내요. 아 그리고 혹시나 센터 친구들 중에 태권도 갑자기 그만둔 친구들이 있을까요?"


"그건 왜 그러실까요?"


"아 공주가 어제 갑자기 태권도 그만하고 싶다고 그래서요 지금 검빨간 띠인데 시험 몇 번만 보면 검은띠인데 조금 아쉬워서 혹시 무슨 일 있어서 그만두고 싶어 하나 그래서요."


"남자친구 한 명이 그만둔 거 같긴 한데 제가 OO이랑 이따 공부 끝나고 넌지시 한번 물어볼게요."


"네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자연을 가득 담아오셨다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근 2년을 다녔던 태권도였다 놀기도 잘 놀고 활동적인 아이에겐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띠가 오르고 배워야 할 게 많다 보니 힘든 게 아닐까? 아니면 친구들과 다툼이라도 있었던 걸까? 걱정이 된다


퇴근하고 요즘은 내가 먼저 돌아와 집안일을 좀 하고 있으면 아이는 센터나 태권도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알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덕분에 집안일에 더 집중하고 빨리 끝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아이에 대해 좀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일하는 도중에 날아오는 학교에서의 알림장도 바쁘게 일하다 보면 까먹고 아이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놓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오늘의 할 일 리스트에 업 시켜두긴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2년 동안 다닌 태권도를 관둔다고 했을 때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또 한편으론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좀 쉴 만도 하지 싶은 마음이 공존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투정 안 부리고 태권도 잘 다녀줘서 고마워 그런데 그만두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하려고, 아빠가 걱정되는 건 태권도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네가 금방 포기하는 상황이 올까 봐 그래 알잖아 해보면 되는 경우도 있고, 게임도 해보면 어렵지만 거길 깨면 신나기도 하잖아? 태권도도 마찬가지 거든 잘 안 되는 날도 있고 잘되는 날도 있고 그게 다 공주를 성장시켜주는 거야 잘 못한다고 성장을 안 하는 건 아니거든."


"이제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스트레스받아서요."


"ㅋㅋ 게임할 때 외우는 건 스트레스 안 받고 재밌지? 아빠도 그랬어 그런데 말했잖아 재밌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어 싫은 것도 해야 발전이 있는 거고 금방 포기하는 버릇 들면 다음에 진짜로 해야 할 순간이 왔을 때 또 포기하게 될 거야 오늘 월요일이니까 금요일까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그다음에는 공주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네."



방으로 돌아간 공주의 뒷모습을 본다.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 없으니 그간 얼마나 고민을 했었는지 아니면 한 순간의 변덕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인생은 본인의 선택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금방 포기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 아이의 옆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어른이 아니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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