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46)

뽑기

by 시우

나는 확률게임을 별로 안 좋아한다, A라는 물건을 사야 한다고 하면 1만 원을 주고 A를 사거나 or 5천 원을 주고 A가 나올 확률이 50프로인 뽑기를 하라고 한다면 나는 그냥 만원 주고 A를 산다, 그중에서도 특히 싫어하는 게 랜덤 뽑기나 인형 뽑기 같은 건데, 이유는 간단하다 원하는 걸 사는 게 뽑는 거보다 확실하니까 어렸을 적에는 가위 바위 보 버튼을 눌러서 메달을 뽑아서 문방구에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오락기가 잇었는데 그때는 그 가위 바위 보의 확률을 알았기에 했었던 적이 있다 게임기 통 안에 메달 개수가 일정수 이하로 내려가면 그 확률이 변동이 되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하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내게 그런 것들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아예 안 한다기보다는 친구들과 재미로 가끔씩은 했던 거 같은데 거기에서 뭔가 이득을 얻으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매주.. 2천 원씩 하고 있는 현실)


반면 우리 공주님은 뽑기를 매우 좋아하신다(영화관편 10화 참조), 그 뽑기 통 앞에 붙어 있는 제품들 사진에 매료되시는 듯하다 그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게 나올 확률은 계산조차 안되지만 어찌 되었든 그래도 그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법인 듯했다


"아빠 홈플러스에 뽑기 다 없어져서 서운해요."


"요즘은 뽑기를 잘 안 하니까 다 없어졌나 봐요."


주말에 아이와 마트에 들렀다가 마트 한쪽 구석이 휑하게 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한 딸이 전에 있던 뽑기를 찾는다 마트에 올 때 낙이 여기서 뽑기 한 번 하는 거였는데 그게 아쉬운가 보다 푸시 팝 가방에 3천 원을 담아와 뽑기 할 준비까지 다 마쳤는데 없으니...


어디엔가 갈때마다 챙기는 공주님 전용 가방


"아빠가 인터넷으로 찾아볼게요 뽑기 할 수 있는데. 마트에서 장보고 점심 먹고 뽑기 하러 가요 딱 두 개만 하게요."


"진짜요? 아빠 사랑해요."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뽑기 가게를 찾아본다 요즘은 문방구 찾기도 힘들고 문방구 앞에 뽑기 기계가 없는대도 있으니 다행히 인터넷에 유명한 뽑기 샵이 다른 동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차려주자 마시듯 밥을 먹고 얼른 가자고 보채기 시작한다


"아빠는 좀 천천히 먹으면 안돼요? 공주님... 꼭꼭 씹어먹어야 배 안 아프지요 너무 빨리 먹는 거 같은데."


"아니에요 얼른 가요."


"아빠 먹는 동안 이 닦고 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 이를 닦는 동안 나는 얼른 정리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차 시동을 켜놓고 에어컨을 틀어놓는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가방을 챙겨 뽑기 가게로 출발한다. 한 20여분을 가서 도착했는데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아이들이 줄을 서있는 가게를 발견하고 가보니 입구에 딱 붙어있는 팻말, 예약 후 이용 가능합니다


"와... 무슨 뽑기를 예약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전화를 돌려본다,


"뽑기 하러 왔는데 무슨 예약을 해야 하나요?"


"아 뽑기만 하실 거면 그냥 들어오셔도 돼요."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요즘 유행인 포켓몬 게임을 하는 듯했다, 오락실 기계처럼 동전을 넣고 잡으면 카드를 주는 거 같은데, 아이들이 20~30명 정도가 동전을 바꾸곤 바구니에 담아 들고 줄을 서 있었다


"대단하다, 아이들도..."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찍기가 어려워 퍼온사진... 같은곳이다


말문이 턱 막혔지만 얼른 뽑기하고 가야겠다 싶어서 아이를 안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전을 바꾸고 하고 싶은 뽑기를 하라고 동전을 쥐어주니 천천히 뽑기 가게를 돌아다니며 고른다, 뽑기 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은 20분 그래도 천천히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기다려줬더니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다, 선택을 하고 아이가 동전을 넣는다 힘이 달려서 못 돌리자 나에게 돌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힘껏 돌리자 도르르륵 소리와 함께 플라스틱 구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뭐가 나왔을까요?"


"집에 가서 봐요 우리"


무엇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특별히 뭔가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뽑기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물건을 감싸고 있는 동그란 통을 열었을 때 무엇이 나올까 하는 그 기대감 같은 것 말이다 하긴 찬찬히 생각해 보니 아이 입장에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보다는 나왔다는 것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출 테니까... 새삼 다른 나와의 눈높이에 신기한 감정이 든다


아이의 손을 잡고 복작거리는 뽑기 가게를 빠져나온다, 집에 도착해 아이와 엎드려서 뽑기를 하나씩 까 본다 아기자기한 캐릭터 열쇠고리나, 머리끈 같은 게 나온다 연신 우와 예쁘다를 외치는 공주님은 그중에 자기 맘에 가장 드는 고리 하나를 내게 건네며 유치원 가방에 메달아 달라고 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인형들과 열쇠고리가 달려있던 가방인데 웬일로 다 떼어내고 하나만 딱 달아 두었다 며칠이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오늘 뽑은 게 참 좋은가 보다


무슨 만화 캐릭터 인가?


나에게도 이번 주말에 모처럼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집돌이인 편이지만 너무 갑갑한 것도 싫어해서, 캠핑 이후로 집에만 있는 게 힘들었는데 좋은 시간 보낸 것 같다. 사실.. 효율성으로 보면 뽑기 하는 것보단 가지고 싶은 거 사주는 게 효율적 일 것 같지만 유독 아이한테는 한없이 약해지는 나다,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해야지 아빠는 못해도 너는 꼭 하게 해 줄게


오늘 하루도 조그마한 일에도 재미있게 살고 있는 너에게 항상 감사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부족한 아빠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건 꼭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