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그리고 싱글대디로 산다는 건 참 피곤하고 힘든 일이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우울증 증상은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가끔 이혼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멘탈이 잠깐씩 흔들린다, 정신적인 문제는 답이 없는 편인데 그나마 일을 안 하고 있을 때에는 상담소 같은 데서 조언도 받고 이야기도 하면서 좀 안정을 되찾았지만 일을 하고 나서는 따로 시간 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주말에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병원이라도 가볼까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오히려 아이보다 내가 분리 불안 증상이 있는 것 같다
아내와 같이 살 때도 그랬다 같이 하는 게 별로 없었어도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좋았던 거 같다 뭐라 말로는 표현하기가 힘든데 다른 남편들은 아내가 처가에 가면 그렇게 좋아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딱히 그런 게 없었다 가는 건 가는 거고(안 갔으면 좋겠지만)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뭐랄까 보이면 투닥거리고 안 보이면 걱정되고 맛있는 거 혼자 먹을 때는 생각나고 다음에 한번 데려가고 그런 사이었던 거 같다, 10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참 길다, 요즘은 괜찮아졌지만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초반에는 심장이 쿵쿵대서 집에 있는 게 집에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아이랑 이야기하고 티브이도 같이 보고 놀 때는 괜찮은데 아이가 낮잠이라도 자거나 유치원에 가 집에 혼자 남아있는 순간부턴 우울함이 나를 잡아먹는 것 같았다
매운 거 잘 먹는 우리 집 공주님
산책을 많이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상담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다, 증상이 심할 때는 한 달에 두 번씩 다녔었다 그렇게 상담을 받으면서 지금 나는 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멘탈을 온전히 부여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상담을 받으면서 뭐랄까 오기 같은 것도 생겨서 이 정도는 이겨 낼 수 있어! 겨우 이 정도에 내가 무너지지 않을 거야! 내가 아니면 누가 내 딸을 지켜! 두고 봐 지금은 힘들지만 행복하게 잘 살 거야! 를 수십 번씩 다짐했던 거 같다
현실은 힘들고 짜증 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지금 버티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 시간 덕분에 그때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물론 지금도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모든 일이 마무리가 안돼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살만해진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다양한 이유로 이혼을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하지 못하고 혹은 진행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살아왔던 상대와의 좋았던 추억이 이혼 확정 도장을 받기 전까지 따라다닐 것이다, 죽도록 밉다는 건 결국엔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나에게 준 배신감에서 왔을 테니까 말이다
아이가 종종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여기는 전에 엄마랑 와봤었는데요?"
"엄마는 이렇게 안 해줘요."
이따금씩이지만 그게 나한테는 바늘처럼 가슴을 찌른다, 아이가 엄마를 찾는 건 당연한 거지만 어린 시절을 이렇게 보내는 게 꼭 예전의 나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태연한 척 아이의 말에 맞장구친다
"와 우리 공주님 기억력 좋네요, 나중에 엄마랑 또 오면 되겠네요."
"아빠는 이렇게 해주고 싶어요, 다르게 해 줄까요?"
조정 불일치로 종국이 되고 새로운 사건 번호가 부여가 되었다 아내가 소장을 접수한 건지, 아니면 불일치로 소송으로 넘어간 건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제 양육자 교육을 받으라고 연락이 와서 또 언제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으러 법원으로 가야 한다 아내에게도 똑같은 등기가 도착했으리라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불면증이 심한데 날까지 더우니 더 잠들기는 힘들고 겨우 잠들어도 얼마 자지 못하니 하루가 피곤하고 그리고 낮잠 자는 습관도 없어서 더 힘들다(예전에 우리 아버지들은 주말에 집에서 잠만 주무셨던 거 같은데, 나는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씻기고 오랜만에 에어컨을 틀고 방구석구석 선풍기를 돌려본다 공기가 순환되기 시작하자 방은 어느새 시원한 놀이터로 바뀐다 매트 위에 몸을 날리며 놀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여름용 이불로 빨아서 바꿔놨더니 살에 닿는 까슬까슬하지만 시원한 느낌이 좋은지 돌돌 말아 눕는다 베개를 들고 아이 머리 아래 받쳐주며 이야기를 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공주님, 이제 장난치지 마시고 일찍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보게요."
"아빠는 같이 안자요?"
"아빠도 자야죠, 아까 간식 먹으신 거 설거지도 하고, 내일 입을 옷도 챙겨놓고."
"얼른 하고 같이 자요 저 책 보고 있을게요."
"그럴까요?"
"네!!"
다시 일어나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시간이 없어서 못했단 말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요즘은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빈둥빈둥 거리는 시간 없이 하루를 온전히 달리고 있는데 맡은 일은 너무 많고 어떤 시간을 쪼개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사는 삶은 싫다 온전히 기억하고 느끼고 살아가고 싶은데 막상 자려고 누우면 오늘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느끼고 살아가는 걸까?
절반정도 읽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가 입을 옷을 꺼내 거실에 세팅을 해놓고 내 옷도 꺼내 놓고 아이 옆에 누워본다 또 얼마를 뒤척이다 잠들지 모르겠지만 아이손을 꼭 잡아준다
"그런데 공주님 언제부터 혼자 잘 수 있어요?"
"쿨, 음냐 쿨."
답변해주기 싫은 질문은 자는 척을 해버린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품으로 데려와 꽉 안아준다
"그래도 내년에는 학교 들어가니까 혼자 자보도록 해요. 혼자 자다가 무서우면 아빠한테 와요, 연습해봅시다."
아마 또 몇 번 해보다가 아예 내 옆에 자리를 잡겠지만 아빠 옆이 좋을 때 같이 있어주는 게 좋을지 아니면 혼자 잘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지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