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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울 Dec 20. 2022

형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

이서울의 고민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로, 그렇게 많은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항상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정보성 글로 담백하게 써오려 노력해왔다.

그랬기에 최대한 독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쉽게 만드는 데에 신경을 썼다. 나를 위한 글이 아닌 독자를 위한 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큰 척, 이미 많은 걸 깨달은 척하는 이서울이란 자의 민낯도 가끔, 조금씩 드러내 볼 요량이다.



나는 형이 된다는 게 부담스럽다.



일화가 있었다.


최근에 나보다 한 두 살 어린 남자 동생을 술자리에서 만나게 됐다. 이름은 '동수'라고 해보자.

동수는 사교성이 좋고 항상 밝은 성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항상 먼저 다가가며, 실제로 인기도 많아 보였다.

그리고 처음 봤을 때부터 동수는 나에게도 그렇게 말을 걸며 옆자리에 앉아 무어라 말을 걸었다. 원래 알던 사이처럼, 아주 친밀한 모습을 꾸미며 말이다.


마치 옛날의 내 모습 같았다.


스무 살 초반의 나는 두려울 것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그랬기에 항상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형에게는 "형! 저 이거 물어봐도 돼요?"

누나에게는 "누나 진짜 예쁘다!"


라며 그저 내가 생각하는 것 그대로 말을 하고, 아주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힙합을 좋아했기에 힙합 동아리에서는 프리스타일 랩을 연습하여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력을 뽐내기도 했고, 가사를 써서 대학교 공연에 나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관심을 받는 게 너무도 즐겁고 짜릿했으며 살아있는 것 같았다. 형 누나들 앞에서 잔망스러운 몸동작을 하고 애교를 부리기 좋아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나이가 들어 형, 오빠의 입장에 서니 그렇게 애교를 떨 나이도 못 되고, 남이 그렇게 하는 것도 별로 달갑지 않더라.


그래서 동수가 나에게 "형! 와, 되게 보고 싶었어요. 형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요."

하면서 처음부터 큰 관심을 내비치는 게 나는 좀 불편했다.



하여 나는 그냥 데면데면하게, 그리고 말도 존칭으로 하며 "아, 네. 저도 궁금했어요." 하고 작은 미소만 지어 보였다. 어떻게 보면 시큰둥한 반응이라 생각했으리라.




이어서 나는 시종일관 동수에게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


왜냐하면 동수는 나를 형, 형 하면서 따르는 척 하지만, 그건 그냥 동수의 성격인 거지 내가 정말 '형 다운' 모습을 보여서가 아닌 걸 안다.

동수가 나를 진심으로 '형'이라고 부르려면 내가 정말로 형다운 면모를 가지고, 때로는 형다운 모습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안다.


러나 나는 별로 그런 모습을 보여줄 필요를 못 느꼈다.

그렇게 형다운 면모를 애써가며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하는 줄도 잘 모른다.


나는 도움을 원할 땐 도움을 청하고,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기도 하며, 모르는 것도 많고 그렇게 부자도 아니다. 꼭 부자여야만 형 노릇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대부분 돈이 많으면 형 노릇하기 쉽다.


돈 얘기로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돌아가면.

<오빠>나, 특히 <형>이 된다는 건 굉장히 어깨가 무거운 일 같다.


나는 친동생이 없지만, 친동생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나의 말과 행동에 조금 더 조심하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나보다 7살이나 많은 친형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삶 대부분의 시간을 '동생'의 입장에서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형'이라고 불리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했다.

왜냐하면, 나는 <형>으로서 존경받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레 생길 테니 말이다.

하물며 그냥 사회에서 만난,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이 나를 볼 때도 뭔가-


'형이니까 이걸 더 잘 알겠지.'

'형이니까 어른스럽겠지.'

'형이니까 더 잘하겠지.'


하는 기대감이 섞인 눈빛을 받고 있노라 하면 좀, 그렇다.


나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어리고, 갈 길이 멀다.

큰 일을 해내기에는 그릇이 아직은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그렇기에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한 형, 오빠가 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최근에 많이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다짐하기도 한다.

'형이라고 불리는 게 당연하고, 별로 불편하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 어떤 사람도 나를 얕잡아 보거나 존중하지 않는 일이 없게 해야지.'

하고 말이다.


동수는 지금 나를 딱히 부르지 않는다. 꼭 불러야 할 때나 ~형.이라고 부를 뿐이다.

물론 동수가 나를 어떻게 부르던, 나를 존경하던 안 하던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는 더 형다운,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며 하루 더 성숙해진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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