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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Jan 28. 2024

<제12화> 엽서 : SOS

나는 실컷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6학년 여름방학이 다가왔다. 나는 담임선생님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길 바라며 편지를 썼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남호예요…. 선생님, 제가 고민이 있어요. 이상하게 발표할 때나 앞에 나와서 문제를 풀거나 청소할 때 아이들이 저를 자꾸 쳐다보고 비웃는 것 같아요. 여자애들이 저한테 장난을 쳐도 자꾸 자신감이 안 생기고요….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기가 싫어져요. 제가 왜 그러는 걸까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아이들이 부담스러워요. 저는 왜 소심할까요?’     

일주일 후, 작은 엽서로 답장이 왔다.     


‘남호야, 정말 반갑구나. 고민하던 걸 이렇게 용기 내서 편지 쓴 점 정말 고맙구나. 선생님은 남호한테 그런 고민이 있는 줄은 몰랐어. 남호야, 네가 지금 걱정하고 있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선생님이 볼 땐 세 가지 방법이 있어. 첫째, 남을 의식하지 말아라. 둘째, 자신감 있게 행동하여라. 셋째,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라. 방학 잘 보내고, 여름방학 후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     


나는 선생님의 답장을 받고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엽서를 읽고 또 읽었다. 틀림없이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남을 의식하지 말라니, 의식이 무슨 뜻이지?
자신감 있게 행동하라는 건 어떻게 행동하라는 거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건, 어떻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왜 그래야 하지?’  

   

마치 스님의 화두를 받은 제자처럼, 어린 나는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선생님에게 다시 편지를 쓰고 싶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힘들다고, 도와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귀찮아하거나 싫어할까 봐 걱정되었다. 가족에게 말해 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럴 용기도 안 났다. 만약 누군가 먼저 다가와 준다면 나는 실컷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개학한 뒤, 담임선생님은 내게 예전보다 많이 웃어 주시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그러나 나의 고민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내가 표현하지 않았으니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해결된 줄 알고 넘어간 모양이었다. 나는 마음을 비웠다. 고민을 하면 할수록 더 집착하게 되고 힘들어졌다. 중학생이 되면 지금의 고민거리가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많은 시련과 아픔을 맞이해야만 했다.




<여기잠깐! 생각해봅시다!>

남호처럼 어른들이 일찍이 심리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래와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1. 적응 기술 부족 : 남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적응 기술이 부족하다. 선생님의 조언은 긍정적이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하지 않아서 남호에게 혼란을 주었다. 감정을 표현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지 못하면, 훗날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 사회적 지원의 중요성 : 남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추가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데도 주저했다. 이것은 사회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은 어려움을 겪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를 받길 원하지만, 이를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감정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구체적인 적응방법과 지지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3. 자존감 저하 : 지속적인 부정적인 경험과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면, 남호 처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될 것이다.

4. 사회적 불안 : 대인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지속되면, 남호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불안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5. 학업 성취도 저하 : 학교 환경에서의 부정적인 경험은 훗날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며,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6. 정서적 문제 :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감정적 억압은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정서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7. 대인 관계 문제 : 자기주장 기술 부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 관계에서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 직장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8. 대처 기술 부족 : 어린 시절에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적절히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면, 남호는 성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와 갈등 상황에서 건강한 방식으로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겪는 문제에 어른들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지원과 개입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심리상담, 가족 및 학교에서의 지지, 그리고 긍정적인 대인 관계 경험의 제공이 남호와 같은 청소년과 아동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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