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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Jan 29. 2024

<제13화> 새벽의 힘

가장 놀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격이란 세월이 흐르면 변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다닌다고 정신이 없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입학 전까지 많은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내가 용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문 배달’을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어느 날 새벽 4시,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문사에 찾아가기 위해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청소 준비를 하느라고 바깥은 대낮처럼 밝았다. 나는 미리 신문사에 도착해 청소하는 아저씨, 폐품을 모으는 아저씨 그리고 새벽잠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고경하며 신문사 직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런 기약 없이 무작정 나온 것이다. 30분 정도 지났을 때, 새벽 4시 30분경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왔다. 나는 그가 신문사 직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저씨는 걸어오면서 나를 계속 쳐다보다가 신문사 출입문을 열려던 차에, 내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너 신문 배달하러 왔니?”

“네….”

“들어가자.”

“…….”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그는 신문사 소장이었다.     

나는 그에게 신문 배달의 기본기를 배우고, 그가 맡고 있던 B구역을 인수인계 받았다. 그는 B구역은 총 300가구로, 빠른 걸음으로 신문 배달을 하면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나는 신문 배달을 시작했고, 이 일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5년간 계속했다. 그때부터 나는 몸통보다 큰 신문 뭉치를 등허리에 걸치고, 새벽 어둠을 타며 집집마다 신문을 돌렸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일들을 발견했고, 변화의 인자를 점점 늘려 갔다. 가장 놀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히 버스 정류장을 지나칠 때 많은 사람들이 출근을 하기 위해 첫차를 기다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환경미화원 아저씨들, 폐품 수집 아저씨, 한 가정의 어른들…. 그들은 오직 가족을 위해 이른 새벽에 남들보다 일찍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날에는 신문사 소장님이 말했다.     

“남호야!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고 저렇게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는 거야…. 저 사람들은 운동할 시간도 없고, 그냥 눈 뜨자마자 바로 출근하는 거지. 그런데 우리는 아침에 운동도 하고 돈도 벌잖아? 얼마나 좋니? 네가 무슨 사정으로 신문 배달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기 배달원들은 대부분 가정이 어려운 사람들이야. 너도 그렇지? 아무튼 힘내고, 부지런히 움직여라. 알았지? 새벽에 좋은 공기 마시면서 땀 쭉 빼면 정말 최고다. 너도 빨리 적응해서 새벽을 네 시간으로 만들어 봐.”     


나는 새벽의 힘이 얼마나 인간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이미 14살 때 경험했다. 내가 소심한 성격을 극복한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새벽의 힘’이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반드시 새벽의 힘을 이용해야만 더 빨리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인의 유전 인자와도 연관이 있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세계에서 증명된 것으로, 해방 후 해외로 이민을 갔던 한국인은 다른 민족보다 무려 2~3배 일을 많이 한다고도 한다. 또한 아무리 새벽에 못 일어난다고 해도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한국인은 누구나 다 잘하게 되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14살의 나이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신문 배달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나는 어린 나이에도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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