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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Feb 09. 2024

<제24화>무조건적 지지자 1 : 언니 남호가 이상해요

우리 아들이니깐 그냥 믿었지. 내 눈엔 나쁜 곳에 빠지 않고 잘했으니깐

#마음버스 종점 훈련

드디어 나는 더 강한 훈련을 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시내중심지에서 훈련하는 것이 가장 힘든 장소라고 생각했었지만, 더 힘든 장소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의 마을버스 종점이 가장 힘든 장소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남포동에서 아는 사람 만날 확률은 약 1%, 100명중 1-2명이며, 동네 마을버스 종점에서는 약 10%, 100명 중 10명 정도 된다. 더구나 서로 잘 알거나 또는 얼굴 정도 아는 사이라면 소문이 더 빨리 퍼져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사람들이 이 점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는 자체가 큰 두려움과 공포였다. 

    

나는 마을버스 종점을 목표로 정하고 이곳에서 성공하면 곧바로 남포동과 부산 전지역에서 훈련하기로 맹세했다. 왜냐하면 마을버스 종점에서 훈련한다는 것은 사회선생님과 중학교 동창,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나는 과거의 소심한 이남호가 아니라 다시 태어난 적극적인 이남호 이다 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뜻이 담겨져 있었기에 더욱 나에겐 특별한 도전이었다.     


나는 훈련 계획를 이렇게 세웠다. 먼저 곧바로 마을버스 종점에서 훈련하기로 했다. 그리고 2학년 겨울방학이 되면 곧바로 시내중심지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으며, 훈련 단계를 3단계로 계획을 세웠다.   

   

 먼저 1단계 훈련은 일주일 동안 학교에서 집으로 갈 때 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암시를 훈련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큰 부담이 없다. 왜냐하면 지나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의식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2단계 훈련은 2주째부터 1단계 훈련에 마을 버스 종점를 지나가는 훈련이다.     


마지막으로 3단계 훈련은 1단계, 2단계 훈련에 업그레이드 해서 최종적으로 마을버스종점 앞에 서서 많은 사람들에게 대중 스피치 훈련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버스 종점 약 100미터 동서남북은 완전히 초토화가 된다. 실질적으로 나는 이렇게 훈련했으며 나중에는 이런 나의 모습을 통해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 동창들에게까지 소문이 퍼져 이남호가 이상해졌다..이남호가 변했다"라는 소문을 많이 들어 온몸으로 나의 변화를 실감했다. 드디어 훈련 1단계 도입, 나는 수업을 마치고 평소에 자주 가던 지름길로 가지 않고, 일부러 마을버스 종점이 나오는 큰 길 도로가로 걸어가면서 자기암시 훈련을 했다.  

        

중간 샛길이 지름길이고 큰 길로 걸어가면서 자기암시 훈련을 했다. 당시 나는 건너편 보도길을 걸어갔다          

"남호야!"

"이남호!"

"나는 반드시 해 낼 수 있다. 나는 변화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본 친구들은 내가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니까 어디서 잘못 들었는지 헷갈리면서 나를 계속 쳐다보곤 했다. 나는 이것을 약 1주일 정도 했다. 그리고 2단계 훈련 도입 때였다. 나는 1단계 훈련인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자기암시 훈련을 하였는데 저 멀리 약 100미터 전방에 마을버스가 보이는 것을 의식했다. 그리고 점점 목소리를 높이고, 걸음걸이를 더 늦추면서 동서남북을 쳐다보며 아이콘텍 훈련도 반영하여 훈련했다. 드디어 마을버스 종점이 보였다. 나는 점점 가까워 질수록 더 큰 목소리로 자기암시를 외쳤다.     


"자! 보아라. 나는 이남호다. 나 이남호는 이렇게 당당하게 변화했다. 멋있지 않는가? 대단하지 않는가? 훌륭하지 않는가? 등등(생략)"    

 

그곳에는 내가 아는 초등학교 동창부터 동네 선후배,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을 버스 종점에 서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면서 훈련을 종료했다. 그리고 3단계 훈련이 도입되었을 때 나는 1단계, 2단계 훈련을 포함하면서 훈련했다. 그리고 드디어 종점 앞에 왔을 때 나는 지나가지 않고 잠시 훈련을 멈추었다.   

  

한순간 그 곳은 나의 목소리로 초토화가 되었다. 하지만 3단계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라 나는 잠시 훈련을 멈추고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약 30미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으로 다가갔다. 더 가까이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동창이 나를 보며 깜짝놀랐다.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내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길 바랐던 눈빛이었다. 그리고 나는 3단계 훈련을 도입했다.     


3단계 훈련 장소인 마을 버스 종점 당시,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20~30미터 줄을 서며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렸다     


"부산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남호라고 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와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은 바로 소심한 태도와 습관을 변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앞으로 이런 훈련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럼 자기암시를 하겠습니다. 자 보이는가? 나는 이남호다. 이남호. 나의 이름은 이남호다. 과거의 이남호는 죽었다. 나는 다시 태어났다. 보이는가? 여기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훈련하는 나의 모습이 보이는가?(생략)"     


나는 그곳에서 3분정도 훈련을 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순간,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며 소곤소곤 거렸다.

"야. 쟤 초등학교 때 6학년 1반 이남호 아니니?"

"엇! 남호다."

"남호가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야. 이남호 맞지? 남호가 중학교 가더니 이상해졌다."   

  

사실 내가 그곳에서 훈련을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용기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 

나에겐 또래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한(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놀리고 괴롭혔던 친구들의 한(恨)

사회선생님에 대한 한(恨)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한(恨)


그렇게 훈련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쯤, 동네와 학교에 이남호가 이상하다 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친구가 말했다.

"남호야. 너 요즘 마을버스 종점에서 매일 뭐하지?"     

"응, 나 자신감 훈련하고 있는거야"

"훈련? 그거 왜 해? "

"너도 알다시피 내가 성격이 너무 소심하고 자기표현도 못 하잖아?"

"응, 그래.  그건 맞는 말이지"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이 성격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았거든. 그래서 이젠 안 그럴려고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는거야"

"근데. 이 훈련 꼭 지금 해야되니? 나중에 어른이 돼서 해도 늦지 않는데 그것하면 정말 성격이 좋아질까?"

"(미소를 지으며) 그럼 당연하지! 나 많이 좋아졌어. 특히, 생각이 많이 바뀌어 버렸어. 혹시 넌 나처럼 훈련할 수 있겠어?"

"아니! .내가 그런 미친짓 왜 해?"

"같이 하자."

"완전 미쳤군."     


그렇게 나는 3주 동안 하교하면서 길거리와 마을버스 종점에서 훈련을 했다. 나는 속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까 학교 선생님에게도 소문이 퍼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 수업 시간 때 나는 선생님을 보며 마음속으로 독백했다.     


'선생님, 저 다시 일어났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2주 전부터 저는 마을버스 종점에서 미친 사람 처럼 훈련했습니다. 선생님은 왜? 저를 부정하십니까? 사실 선생님이 아직도 두려운 것은 인정합니다. 저는 정말 미치도록 변화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는 계속 훈련을 할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도 소문을 듣고 저를 가만두지 않겠죠? 선생님. 부탁합니다. 제발 저를 막지 마세요! 왜? 저를 미워하십니까? 만약 당신의 아이들이 저처럼 심적으로 마음이 아프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는 이제 두려운 것이 없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저를 또 폭행하고 최후의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저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제발! 저를 이해해 주세요.'     


그런데 이상했다. 2학년 아이들은 대부분 소문을 들어 내가 이상해졌다는 말을 하고 있는데 사회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일까? 아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것일까? 일단, 나는 계속 지켜보자고 생각했고, 마을 버스종점에서 하는 훈련을 계속 실시했다. 아이들은 나보고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며 비판 섞인 말로 설득을 해됐다. 그러나 나는 중단할 수 없었다.   

  




#나를 믿어준 사람은 엄마!     

어느날 어머니가 나를 불렀다.

"남호야. 너 요즘 마을 버스 종점에서 뭐하니?"

"왜?"

"세째 고모가 너를 보았다는데 니가 좀 이상해졌다고 하던데"

"뭐가?"

"막 혼자서 중얼거리고 고함 지른다면서 엄마보고 정신과에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기가막혀서"

"그래서 뭐하고 말했어?"

"말 함부러 하지말라고 화냈지! 그런데 남호야. 너 정말? 그렇게 했니?"

"응"     



34년이 지난 2023년 9월경, 팔순 초반인 어머니에게 지난 과거에 대해서 질문했다.

"어머니,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길거리에서 훈련했던 거 알고 있었어요?"

"그럼 알고 있었지!“

"그러면 왜 당시 저에게 훈련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우리 아들이니깐 그냥 믿었지. 내 눈엔 나쁜 곳에 빠지 않고 잘했으니깐 그냥 믿었어."

"그럼 당시 고모가 내 모습 보고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소리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고모가 심각하게 그런 말을 해서 좀 놀랐지만 우리 아들이니깐 그냥 옆에서 관찰하며 지켜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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