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겐 Feb 10. 2024

<제25화> 수치심 깨트리기 연습 : 남포동 첫 훈련

'앗! 이런 아뿔사! '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임만순,수학 선생님

1991년 1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일이다. 먼저 나는 야외 대중스피치 훈련하기 1주일 동안 시간을 내서 남포동을 탐사했다. 어느 곳이 사람들의 이동수가 많고, 어느 곳이 훈련하기 적당한지 또는 어떤 환경인지 조사하기 위해서다. 먼저 남포동은 저녁 6시부터 유동 인구가 많았고, 특히, 주말에는 평소보다 2, 3배 더 많았다. 그리고 탐사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점은 다름이 아닌 길거리에 있는 경찰과 인상이 무서운 노점상, 점포 아저씨들이었다. (혹시나 훈련하다가 시비를 걸거나 또는 경찰이 체포할까봐 두려웠다.)  

   

나는 훈련 날짜를 정해놓고 먼저 시선 처리를 원활하게 하고 또는 대중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견뎌 내기 위한 '시선 처리 훈련'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것은 훗날 실전 강연장에서 효자 노릇을 했다. 먼저 나는 하얀 마분지를 사서 매직으로 '애인 구함' 이라고 쓴 후 좌우 양쪽에 구멍을 뚫고 끈을 맨 후, 가슴 앞, 뒤에 달아 남포동, 지하철, 용두산 시내 중심지 일대를 그냥 돌아다니자고 결심했다. (이 아이디어는 책을 보고 벤치마킹 한 훈련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것이고 그것이 반복되면 훗날, 저절로 단련되어 나중에는 시선에 대한 공포증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겨울방학 시작한 지 약 20일이 지났을 때 쯤,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학이 끝나기 전 빨리 훈련에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훈련 날짜를 정해놓고,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드디어 훈련 당 일, 그날은 일요일 오후 2시라 사람들이 평일보다 2배 이상 많이 붐볐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지하철 상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준비한 마분지를 꺼내 가슴에 끈으로 맨 후 밖으로 나왔다.     

순간, 화장실의 아저씨들이 일체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배우처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미치도록 떨리고 두려웠지만 이것을 견뎌내야 더 큰 변화에 성공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화장실을 나와서 지하상가를 한 바퀴 돌고, 드디어 지상의 남포동 극장가에 도입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웃기 시작했고, 가슴에 달린 글을 자세히 보기 위해 졸졸 쫓아와서 글을 읽고, '애인구함'이라는 단어에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순간, 지하철, 극장가 길거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남포동 극장가, 4-5군데에서 말 한마디 하지않고, 반복적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시선을 소통했다.    

 

처음에는 떨렸지만 생각보다 그리 많이 떨리지는 않았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혹시나 내가 아는 사람 만나면 어쩌나? 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각오한 상태였다. 만약 사회선생님을 만나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 만큼은 자유로웠다. 2시간이 지났을 때 쯤 나는 가슴에 단 마분지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이젠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분지를 맨 채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자연스럽게 화장도 가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했다.               


오후 5시쯤 남포동 극장가는 최고조로 인구가 붐볐다. 나는 더욱 자극적으로 훈련하기 위해 마분지를 맨 상태에서 대중 스피치 훈련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중 스피치 훈련을 실시했다. 사람들은 나의 모습을 보고 신기한 눈빛으로 계속 보고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 대중들과 시선으로 소통하기 위해 한 명, 한 명,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면서 눈웃음을 주고받았다.  

   

그때 어디선가 나를 열심히 보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순간 깜짝 놀랐다. '앗! 이런 아뿔사! '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임만순, 수학 선생님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등을 돌리며 모르는 척했다. 그는 긴가민가하며 나를 확인하려고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뒤걸음질 하며 천천히 피하기 시작했다. 그는 눈치를 챘는지 더 이상 오지 않고, 멀리서 계속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나는 머리속으로 '드디어 때가 왔구나!' 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순간, 온몸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뼈마디 마디가 긴장되면서 두려움이 더 상승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일주일 후 겨울방학 소집일인데 수학선생님은 나를 100% 본 거 같고, 또 그것으로 인해 사회선생님과 담임선생님에게 소문이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는 교감선생님과 사회선생님의 마지막 약속을 어겼으니 이젠 어떤 결과에 대해서 나는 인정해야 했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방학이 끝나기 전 빨리 훈련에 성공하고 싶었다.


이전 14화 <제24화>무조건적 지지자 1 : 언니 남호가 이상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