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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겐 Feb 14. 2024

<제26화> 무조건적 지지자 2

넌 삼성중학교 3대 인물이야!

드디어 소집일 당일, 예상대로 수학선생님은 나를 찾아와 호출했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남호! 잠깐 이야기 좀 할까?"

"네"

"너 혹시 일주일 전에 남포동에 나간적 있었니?"

"네, 있었어요.."

"그래? 혹시 너 부영 극장 앞에 있었니?"

"네"

"혹시, 가슴에 마분지를 달고 있었니?"

"네, 맞아요"

"그럼 너도 나 보았지?"

"네, 저도 보았어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그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시 나에게 말했다.

"그래? 정말 그 사람이 남호였니?"

"네"

"그런데 왜? 그런 거 하고 있었지?"

"바보같은 소심한 성격을 변화하려고 훈련 한거에요"

"성격변화?"

"네"

"그런데 너 안 떨렸어?"

"많이 떨리고 두려웠지만 정말 변화하고 싶어서 그런 두려움은 견딜만 했어요."     



순간,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쩌면 수학 선생님도 사회 선생님과 같은 편이며 이 사실을 학생부에 알리어 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WOW! 이남호! 대단하다! .정말, 멋지다!! 넌 나중에 큰 사람이 될거야! 뭔가 할 녀석이야!"

"네?"

"아, 정말 대단한 용기야. 어른도 못 하는 것을 이렇게 어린 학생인 남호가 하다니 정말 대단해!"     

순간, 두 눈에서 눈시울 붉어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징계를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나를 칭찬 하다니? 혹시 나중에 또 다르게 하는 거 아닌가?'     

생각외의 수학 선생님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용기를 주었다.     

"대단하다. 이남호! 정말 대단해!“     




     

#넌 삼성중학교 3대 인물이야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수학 선생님이 자습 시간을 주면서 농담 한마디 했다.     

"우리 삼성중학교에서 3대 인물을 뽑는다면 누구진 아니? 내 생각으로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집중했다.

"첫번째, 최재철! 이 친구는 어려운 환경임에 불구하고 엄청난 노력과 뛰어난 두뇌로 과학고에 입학해서 첫 번째 인물이고"     

최재철 이라는 아이는 다른 반 아이였다.     

"두번째는 이병관! 이 친구는 개성이 정말 뚜렷한 친구다. 알다시피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화끈하고 또 적극적이어서 아마 나중에 사회 나가면 정말 사회생활 잘할 녀석이지."     

병관이는 내가 초등학교 때 느꼈지만 사람들이 느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하고 적극적인 아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아이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매우 궁금해 했다.

"이남호!! "     

아이들은 깜짝놀라면서 나를 주시했다. 그때 병관이가 큰소리 3번 웃고, 손가락 행위 예술을 하며 나를 가리켰다..     

"하~~~하~~~하~~~"     



아이들도 따라서 웃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조용! 이남호는 알다시피 사이코~~ ㅋㅋ 정말 어른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한 아이지. 나중에 틀림없이 무언가 할 아이야. 정말 대단한 친구야."     

순간, 아이들이 사이코라는 말에 까르르 웃기 시작 했다.      

"크크크 하하하"     

그때 병관이가 또 손가락 행위예술을 하며 3번 웃었다.     

"하~~하~~하~~"     




정말 칭찬의 위력은 대단했다. 당시 수학 선생님의 칭찬은 요즘 성공학 용어로 '피그말리온 법칙'과 같은 것인데, 나는 그 이후 사회선생님에 대한 두려움이 절반 정도 없어지고 자신감이 두배, 세배로 상승한 거 같았다. 왜냐하면, 혹시나 사회선생님이 자신과 약속어긴 것을 알고 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면 수학선생님이 나를 도와줄 거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내가 힘들거나 자신감이 상실되었을 때 당시 수학 선생님의 칭찬을 떠올리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곤 한다.   


  

나는 중학교 졸업 후부터 수학 선생님께 매번 스승의 날에 전화를 해왔다. 현재 2024년에도 연락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삼성중학교 모교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2016년도 어느 날 나는 수학 선생님이었던 임만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선생님께서 당시 교감 선생님이었는데 모교 신문에 칼럼 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후배들에게 할 말을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아래는 수학 선생님이 쓰신 칼럼이다.    


       

1991년도 1월 남포동.     

총각교사인 나는 음악에 빠져 그날도 오디오샵에서 나와 17번 버스를 타러가기 위해 거리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의미 없이 스치는 인파들 속에서 샌드위치맨이 눈에 들어온다. 문구를 보니『애인구함』. 보통은 광고대행업체 알바의 음식점 광고인데 애인구함이라니 피식 웃으며 얼굴을 쳐다보니 내가 현재 가르치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이남호였다.     


“야~임마! 미쳤냐? 왜그래 임마?”     

“선생님 제가 내성적인 성격이잖아요. 그래서 제 성격을 바꾸어 보고 싶어 남들의 시선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걸 상황 속에서 만들고 싶어서 이런 복장을 하고 나왔습니다.”     

버럭 안아주며 ‘이 새끼 멋진 놈이네. 그렇다면 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남호는 항상 교실에서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교실의 구석진 자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나를 포함한 선생님들과의 소통도 전혀 없었다.     

아무튼 이날 일은 헤프닝으로 기억 속에 묻고...    

 

그러고 십 오년이 흘러 학교 홈페이지 ‘칭찬합시다’코너에 남호가 들어와 이날의 나의 격려가 인생을 바꾸어 지금의 성격개조 전문 강사로 강연을 다닌다고 소식을 전했고 그 이후로 스피치 전문 강사로 현재 동서대학교 사회교육원 책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남호는 위에 예화를 가지고 강연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고 한다.


이남호 교수에게 후배에게 전할 말 ‘말 잘하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글을 보내왔다. 먼저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의 기본 원리를 반드시 익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말의 기본 원리란 바로 화법을 뜻하는데 화법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미괄식 화법이고, 다른 하나는 두괄식 화법이다. 미괄식 화법이란 중요 핵심 키워드를 맨 뒤에 말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것을 문자를 표현하면 A(서론) - B(본론) - C(결론) 이다.     


다시 말해서 결론을 맨 뒤에 표현하는 것이다. 이 기법은 주의할 필요성이 있는데 중간 부분에서 다른 주제로 빠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두괄식 화법을 사용하면 예방이 된다.     

이 두괄식 기법은 면접스피치, 회의, 토의, 토론, 강연에서 자주 사용한다. 즉, 결론을 먼저 던지고 그 결론에 대한 예화, 예시, 사례, 에피소드를 말한 후 다시 마무리로 정리는 하는 기법이다. 이것을 문자로 표현하면 A(결론) - B(본론 )- A’(마무리)’이다. 미괄식 화법의 예를 들어 보자. 만약에 당신이 ‘중국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결론을 맨 뒤에 말하느냐 아니면 맨 앞에 말하느냐에 따라 미괄식 기법인가? 두괄식기법인가? 로 구분된다. 

     

예를 들면, 미괄식은 맨 뒤에 결론을 말하는 기법이다.

(서론) “제가 태어난 곳은 부산의 관광명소인 감천문화마을입니다. (본론)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저의 옆집에 철수 아버지께서 원양어선을 타셨는데 그곳에서 요리사로 일을 했습니다. 특히, 자장면 소스를 잘 만들어서 철수 아버지는 6개월에 한번 씩 육상에 오실 때 마다 자장면 소스와 면을 100인분 이상 큰 통에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곤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때 자장면이 제일 맛난 것으로 생각납니다. 하지만 태기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런 큰 병으로 돌아가셨고 그 이후 태기 아버지가 해준 자장면을 먹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중식 요리를 시킬 때 마다 철수 아버지가 해준 자장면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자장면을 자주 즐겨 먹곤 합니다.   

 (결론) 그래서 제가 중식요리 중 좋아하는 음식은 자장면입니다.”    




   

반대로 두괄식 화법은 중요 핵심 키워드 즉, ‘자장면을 좋아합니다’ 라는 결론을 도입 부분, 즉 서론에 결론을 먼저 말한 후 왜 자장면을 좋아하는지 이유 설명과 다시 마무리, 즉 정리하는 기법이 두괄식 기법이다.      


예를 들면, (결론) “제가 좋아하는 중식 요리는 자장면입니다.”     

(본론)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저의 옆집에 태기 아버지께서 원양어선을 타셨는데 그곳에서 요리사로 일을 했습니다. 특히, 자장면 소스를 잘 만들어서 태기 아버지는 6개월에 한번 씩 육상에 오실 때 마다 자장면 소스와 면을 100인분 이상 큰 통에 만들어 동네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곤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 그때 자장면이 제일 맛난 것으로 생각납니다. 하지만 태기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런 큰 병으로 돌아가셨고 그 이후 태기 아버지가 해준 자장면을 먹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중식 요리를 시킬 때 마다 태기 아버지가 해준 자장면이 생각나서 저도 모르게 자장면을 자주 즐겨먹곤 합니다.     (결론) 그래서 제가 중식요리 중 좋아하는 음식은 자장면입니다.”        


이 기법의 장점은 상대방에게 나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사람들이 화자(말하는 사람)를 평가할 때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두괄식 기법이 몸에 배이면 어디에서 즉흥 스피치를 할 때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을 먼저 말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자. 또한 결론에 대한 본론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증명할 수 있는 예화, 사례, 자료가 풍부해야 한다. 이것은 평소에 자료 수집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타 강사 MC는 항상 어떤 말을 할 때 결론에 대한 본론, 즉 예시를 적절하게 잘 표현해서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을 많이 한다.     


그의 스피치 비결은 평소에 자료 수집을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집에 가보면 20년 동안 신문, 잡지, 각종 들었던 이야기 거리를 모은 파일이 30개 정 이상 있다고 한다. 사회, 문화, 가정, 교육, 과학, 사랑에 관한 파일이다. 그는 어떤 대화를 할 때 자신이 수집한 이야기 자료를 머릿속에서 즉흥적으로 끄집어내어 말을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나 있다.       


1990년대 말 까지만 해도 보통 학교에서 미괄식 기법으로 교육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현재 50~60대 어른들은 미괄식 화법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각종의 회의나 토의, 토론, 인사말 같은 대중적인 말을 할 때 결론을 내지 못해 당황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고 싶다면 두괄식 화법으로 결론을 말한 후 사례 설명하는 습관을 기르면 어느 곳에서든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남호     


동서대학교 사회교육원 스피치리더쉽 책임교수

이남호멘탈갑스피치리더십센터 대표원장                    



     

이후 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고강도의 수치심깨트리기 훈련을 군대가기 전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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